지난 24일 한국경제 사회면에는 <도심 ‘장송곡’ 시위소음‘ 단속 못하는 경찰>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 ’장송곡‘을 틀어놓고 롯데 측과 대화를 요구하는 하도급 업체 ’아하엠텍‘의 집회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신문은 “롯데건설의 하도급 대금을 더 달라는 아하엠텍 직원들”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기사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호텔 투숙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과 이를 경찰에서 제대로 단속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집회 소음 기준이 지난해 10월 강화됐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관대하고, 소음 측정도 최고치를 측정하는 게 아니라 10분 평균을 측정하기 때문에 2~3분간 소음을 크게 했다가 조용히 해 처벌이 어렵다. 

즉 기사의 요지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아하엠텍이 롯데호텔과 호텔 투숙객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돈을 더 달라는 것이고, 경찰은 법이 부실해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하엠텍이 왜 거리에 나왔고,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 24일자 한국경제 사회면
 

법을 어기지도 않았는데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자 아하엠텍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항의했고 해당 기사 온라인 기사에는 아하엠텍 업체명을 ‘A업체’로 바꿨고, A업체 관계자의 해명을 추가했다. 아하엠텍 측은 “우리 입장은 하나도 반영 안 돼 있다가 추가된 것”이라며 “아무리 한국경제가 기업입장을 대변한다 해도 이건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아하엠텍은 왜 서울 명동 한복판 거리로 나왔을까? 롯데건설 하청업체인 아하엠텍은 롯데건설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와중에 재하청업체인 ‘소망엔지니어링’으로부터 공사비를 달라는 소송까지 당했다. 하지만 최근 이 소송이 롯데건설이 소망 측을 압박해 소송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해 논란이 됐다. 

   
▲ 중소기업 아하엠텍은 지난달 1인시위를 시작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롯데 측에 대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아하엠텍은 이곳에 12월2일까지 집회신고를 했다. 사진=아하엠텍 제공
 
   
▲ 중소기업 아하엠텍은 지난달 1인시위를 시작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롯데 측에 대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아하엠텍은 이곳에 12월2일까지 집회신고를 했다. 사진=아하엠텍 제공
 

롯데건설과 아하엠텍 간 소송은 현재 아하엠텍 일부 승소인 상태로 대법원에 올라가있는 상황이다. 2심대로 판결이 나면 공사대금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돼 문제지만 이 사건은 2010년 공사분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액의 대금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내용은 미디어오늘 뿐 아니라 MBC 시사매거진2580 등 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관련기사 : 롯데건설, 공사비 안 주고 하청업체들끼리 소송전 유도 논란

따라서 아하엠텍은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롯데 측과 대화를 요구했고, 롯데 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거리에 나오게 됐다. 중소기업이 죽어간다는 의미에서 ‘장송곡’을 틀어놓게 됐고,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더라도 이 집회는 소음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경제는 경찰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롯데건설 측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시위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아하엠텍 플랜카드를 떼려고 시도하는 등 더욱 압박하는 모습이다. 

최근 신고제인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해 사실상 허가제처럼 권리를 제한하거나 헌법상 권리인 집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회 참가자를 테러집단인 IS에 비유했고, 여당은 경찰 채증과 캡사이신 발사 등을 방어할 수 있는 복면을 금지·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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