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농민 백남기씨는 오후 6시56분11초 경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백씨는 곧바로 넘어졌고, 넘어지는 과정에서도 경찰은 백씨 얼굴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오후 6시56분12초~17초까지 넘어진 피해자 백씨 얼굴에 살수는 계속됐고 1m가량 밀려났다. 백씨를 구조하기 위해 취재 중이던 공무원U신문 김상호 기자 등이 백씨에게 접근했고, 경찰은 15초가량 백씨와 구조를 하기 위한 이들에게 물대포를 계속 발사했다. 

백씨는 12분 뒤인 오후 7시8분 도착한 구급차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진료지원팀에 따르면 백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traumatic SDH), 즉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 따르면 백씨는 머리 뿐 아니라 코뼈도 부러진 것으로 보이고 깨어나더라도 왼쪽 몸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백씨 뿐 아니라 다수 시민들이 직접 살수로 인해 피해를 당한 상황이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농민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제공
 

16일 경찰은 경찰본청 차원에서 ‘불법폭력시위 대응 TF’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미국에서는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경찰이 패버리는데 이게 정당한 공권력”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조영선, 송아람 변호사 등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폭력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검토했다. 

1. 최루제를 섞은 물, 시위대에게 발사할 법적 근거는 있는가?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행정부가 어떤 행정작용을 할 때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영역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그 본질적인 사항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즉 최루제를 섞은 물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 위험을 가하는 행위는 국회가 정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법률유보 원칙). 법의 서열은 헌법-법률(국회 제정)-명령(시행령, 대통령 제정)-조례-규칙(훈령 등) 순이다.

일단 일반 물대포의 경우를 보자.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물대포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 종류와 사용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대통령령에는 ‘부득이한 경우 현장책임자의 판단에 의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돼 있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물대포(살수차) 사용기준은 경찰장비관리규칙이나 살수차운용지침과 같은 경찰청훈령에 규정돼 있다. 이는 내부규정일 뿐이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보성지역 농민 백아무개씨와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물에 최루제를 섞는다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에는 분사기에 최루제를 넣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지만 살수차 물에 최루제를 섞어 발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경찰내부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물대포를 쏘더라도 해산하지 않는 경우,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최루액을 혼합해 살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상위법령(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이 없어 ‘법률유보 원칙’에 반한다. 

2. 조준 살수는 가능한가? 
살수차 운용에 관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4항,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 1항, 경찰장비관리규칙 제97조 2, 3항 등은 모두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살수차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민 백씨에 대한 경찰폭력사건을 보면 백씨는 물대포를 맞고 오후 6시56분11초에 쓰러졌는데 인근 인도로 옮겨질 때인 오후 6시56분32초까지 경찰은 약 20초간 백씨와 백씨를 옮기는 사람들을 조준해 살수했다. 

민변은 “경찰이 밝히는 살수차의 운용 목적은 군중해산으로 피해자가 물대포에 직격당해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으면 즉시 살수는 중단됐어야 한다”며 “그러나 살수는 20여초간 계속돼 명백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살수차 운용 내부규정은 지켰나?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르면 살수차에 대한 규정은 경찰청 내부 규정이 아니라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하지만 현재 관련법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경찰은 내부지침이라도 잘 지켰을까? 

백씨에 대한 경찰의 폭력사건의 경우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은 살수차 사용 경고 방송 및 경고살수를 하지 않고 직사 살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살수차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살수차를 사용할 것임을 경고방송하고 소량으로 경고살수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살수하도록 돼 있다. 물론 본격살수도 방어적 측면에서 ‘필요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민변은 “자신들이 임의로 규정한 내부지침상 절차마저 무시하는 공권력집행”이라고 비판했다. 

4. 살수 주의사항은 없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직사살수를 할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하고, 거리에 따라 물살세기에 차등을 두고 사용해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살수는 분산살수, 곡사살수, 직사살수, 최루액 혼합살수, 염료 혼합살수 등 5가지다. 기본적으로 살수는 물살세기 2500rpm(10bar)~3000rpm(15bar) 이하로 살수해야 한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울 경우 수압이 낮아져야 한다. 위 지침은 거리에 따라 물살세기에 차등을 두고 있다. 시위대가 10m 거리에 있는 경우 1000rpm(3bar) 내외, 시위대가 15m 거리에 있는 경우는 1500rpm(5bar) 내외, 시위대가 20m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7bar) 내외로 낮춰야 한다.

   
▲ 14일 오후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이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농민 백씨는 살수차에서 발사된 물대포에 머리 부분을 직격 당했고, 이 당시 백씨와 살수차 거리는 7~8m에 불과했지만 살수차는 거리에 관계없이 고압의 물줄기를 계속 발사했다. 이에 민변은 “주의사항 위반”이라며 “경찰은 직사살수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이 피해자에게 물대포를 직사했다”고 비판했다.  

5. 그 외 인권침해 상황은? 
경찰은 민중총궐기 진압과정에서 밧줄을 끊기 위해 톱을 사용했고, 차벽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식용유를 뿌렸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3항에는 ‘경찰관은 경찰장비를 함부로 개조하거나 경찰장비에 임의의 장비를 부착해 일반적인 사용법과 달리 사용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식용유가 경찰장비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식용유로 인해 바닥이 미끄러웠기 때문에 위법성 소지가 있다. 톱 등 절단도구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6항에 따르면 위해성 경찰장비는 안전교육 및 안전검사의 기준을 정해야한다고 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민중총궐기 당일 오후 9시30분경 동화면세점 앞 차벽으로 구급차가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차벽이 벌어진 사이로 진입했는데 경찰이 10분 간 길을 막아 돌아갔다.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생명의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인권침해 소지는 있어 보인다. 

   
▲ 14일 오후 경찰이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10월22~23일 한국정부는 인권상황에 대해 유엔 자유권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으며 제출한 서면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물리력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은 가용경찰병력 100%를 동원할 수 있는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물리력을 사용해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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