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지난 9월15일 노사정이 이에 합의했고, 같은달 16일 새누리당이 5대 노동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노동자들은 국정교과서와 더불어 노동개악을 비판하며 오는 11월14일 시청광장에 모일 예정이다. 14개의 질문으로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1. 정부는 왜, 언제부터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했나?
노사정위는 지난해 9월19일부터 노동시장 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며 정규직 보호를 합리화하겠다’며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과 노동환경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통계청의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가 월 269만8000원을 받을 때 비정규직은 월 130만5000원의 임금을 받았다. 

2.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정규직의 처우를 낮출 것인가, 비정규직의 처우를 높일 것인가. 노동계는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사용자는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 정부의 ‘노동개혁’ 내용은? 
정부가 이른바 ‘노동개혁’이라고 내놓은 내용은 ‘일반해고’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조건 완화,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실업 해결,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 크게 4가지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지난 9월16일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4. 일반해고 도입, 그 전에 해고는 어떤 게 있나?
원래 해고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 뿐이었다. 종종 기업에서 대기발령을 내렸다가 퇴직하게 하는 것을 두고 ‘자동퇴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기발령 자체가 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역시 징계해고에 포함된다. 회사가 노동자에 대해 징계해고를 하려면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 지난 9일 민중총궐기 대표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요건이 4가지 있다. 200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며,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에 따라 해고자를 정해 해고해야 하며, 해고 기준에 대해 노조 또는 노동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것은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미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된다. 즉 당장 회사가 어렵지 않더라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5. 해고 요건이 까다로운 것 아닌가?
기존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 기준으로 각 국가의 고용보호 입법, 단체협약, 판례 등을 조사해 개별·집단해고 보호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노동자는 이 지수가 2.17로, 회원국 평균인 2.29보다 낮고,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개별해고에 대한 한국 노동자의 고용보호는 12위, 집단해고에 대한 고용보호는 3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즉 근로기준법이 상대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돼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쉽게 해고하기 위해 일반해고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6. 일반해고란? 
일반해고(통상해고)란 노동자 개인의 사유에 의한 해고로 개인적인 질병 등으로 노동제공이 어렵거나 능력이 부족해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해고하는 것으로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이에 포함된다. 요약하면 저성과자를 해고하겠다는 뜻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존에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지 않았다. 만약 노동자가 10명이 있을 경우 항상 10등을 하는 노동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성과자를 객관적으로 가려낼 수 있더라도 해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다. 

또한 한국과 같이 근무평정이 주관적인 평가로 이루어지는 분위기에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만든다면 조직 내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가 저성과자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 이에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는 노동자가 고성과자로 분류되고 노동조합 간부들은 저성과자로 분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노동자들이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 사실상의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 경우 회사는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해왔는데 일반해고가 도입된다면 이런 비용마저 줄이며 손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된다. 

7.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왜 문제인가? 
회사는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 없지만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취업규칙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더라도 개정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관련 행정지침을 마련했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게 한 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장기근속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여기서 절감한 인건비로 청년취업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가 주장하는 계획이다.  

8. 임금피크제는 청년실업의 대안인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금피크제는 기업이 지불해야 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일 분이다. 당초 임금피크제는 숙련된 노동자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은 정년 전보다 적게 받는 형식으로 설계된 제도다. 따라서 내년 1월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정년은 60세로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정부는 고령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거기서 절감한 임금으로 청년들을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논리로 임금피크제를 강행하고 있으며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추진했다. 

   
▲ 드라마 송곳에 출연중인 배우 김가은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숙련된 장기근속 노동자인 50대 노동자와 청년실업의 대상인 20~30대 노동자가 호환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OECD가 10년 전에 폐기한 가설이다. OECD는 2005년 고령자의 노동시장 장기체류와 청년 실업은 무관하며 고령자 고용과 청년층 고용은 대체관계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기존 전략을 취한 회원국들에게 가설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령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부터 기존 전략을 취했으나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는 많다. 

9. 새누리당 5대 입법 내용은? 
노사정은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일 변경에 대해 9월15일 노사정 합의문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애매하게 밝혔고, 합의 직후 새누리당에서는 한국노총이 합의한 것보다 더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9월14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이 이에 반발하며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연결된다. 개정안과 비정규직종합대책을 종합하면 기간제와 파견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35살 이상이면 본인이 원할 경우 고용 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고, 32개 업종에만 허용된 파견 노동의 범위 뿌리산업까지 확대하고 대상자도 55살 이상 노동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10. 비정규직 확대 필요성 있나? 
비정규직은 한국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존에 정규직으로만 구성됐던 사업장에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문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 즉 노동자 과반수가 동의를 해야 하는 문제였고, 당연히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전후로 사법부에서는 기존 노동자가 아닌 새로 뽑을 노동자에 대해서 비정규직으로 뽑는 것에 대해서는 기존 노동자들이 피해 받을 것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후 회사는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며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보호법’을 시행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2년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정부는 주장했지만 노동자들은 2년 되기 전에 해고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3개월만 계약하거나, 매달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며 노동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들의 목을 옥죄자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에 따라 4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년을 앞두고 잘리던 노동자들이 4년을 앞두고 잘리게 될 뿐이다. 

11.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은 무엇이 문제인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뿌리산업, 즉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공정에서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고 이 여섯가지 공정은 자동차‧조선‧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의 대부분 공정에 걸쳐있어 사실상 제조업 전체를 파견근로자로 채울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전문직에 대해 파견을 전면 허용할 경우 대상자는 약 741만 명이다. 기간제와 파견근로 확대는 노사정합의문에 없었지만 새누리당 5대 법안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12. 노동시간은 단축되나?
새누리당 개정안에는 노사정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구체화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내용이다. 노사정합의문에는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한다”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52+α)를 허용하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 모두 완료되는 시점부터 일몰을 전제로 4년간 허용한 후,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사 합의 시 휴일에 한해 1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2023년까지)”고 돼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 쓰고 노동시간 연장으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다. 

13. 실업급여 보장성은 강화되나?
노사정은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여당은 이를 구체화해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기간을 90일~240일에서 120일~270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업급여제도 운영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에서 이직 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으로,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급여 하한액을 낮추고, 지급기여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단기고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고용구조의 현실에서 실업급여의 문턱을 높여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불리해진 것이다. 

14. 연내 도입, 통과될까?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아(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정부패 척결’의 대상) 약점 잡힌 것으로 보이는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장에 임명돼 청와대의 뜻인 노동개혁 입법개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다. ‘어용’이라고 비판받는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합의문보다도 노동자들에게 더 불리하게 될 우려가 있는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은 통과될 수 있을까?

   
▲ 지난 9월15일 노사정합의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9월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고, 야당과도 조율할 것이므로 발의된 법안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고용노동부 출신의 노동 전문가인 이완영 의원을 투입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이후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노동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환노위 여야 구성이 8대8로 동수를 이루는 가운데 환노위 야당의원들(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야당 간사, 장하나 의원, 우원식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5대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원안 통과는 쉽지 않을 예정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오는 14일에는 ‘10만 민중총궐기’가 있을 예정이며,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 노동, 시민단체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만개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해 박근혜 정부와 재벌의 ‘노동개혁’ 추진안과 노동자, 청년, 서민의 요구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투표 결과는 전태일 열사 45주기인 11월13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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