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한 김정배 고려대 명예교수와 한국사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신형식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013년 ‘바른역사국민연합’이라는 단체의 창립 임원으로 “종북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공언했던 것으로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확인됐다. 

김정배·신형식 교수는 2013년 9월 27일 창립식을 연 바른역사국민연합의 원로자문단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바른역사국민연합은 퇴직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와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로 꼽히는 ‘향군’, 재향군인회 등 540개 보수단체들이 ‘바른 역사교과서 보급운동’을 목표로 결성한 단체이다. 

바른역사국민연합은 창립선언문에서 “좌편향된 역사 연구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가 정체성을 왜곡하는 역사교과서를 써 왔다. 이들이 현재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이)‘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낙인찍고 김일성 전체주의를 ‘정통성 있는 체제’로 미화시켰다”고 주장했다.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왼쪽)과 대표집필진인 신형식 교수(오른쪽). 사진=김도연 기자
 

또한 창립선언문은 ‘좌편향된 역사 연구자들’이 “국사학계를 장악”하고 “역사교과서 집필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본류가 나서 ’바른역사’를 만들어 가는 대대적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우리는 ‘바른역사국민연합‘을 결성하여 좌파의 역사 장악을 무너뜨리기 위한 ’역사전쟁‘을 선포한다”고 명시했다. 

이 창립기념식에서 교과서 분석보고에 나선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8종 중)다섯 종의 교과서는 반대한민국적 계급투쟁 사관에 의해 쓰여졌다”며 “다섯종 교과서가 지향하는 하나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통성이 있는 국가는 북한 밖 남지않는 그런 결론을 만들기 위한 계급투쟁사관으로 쓰여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갑제 대표는 “이 다섯종 교과서의 주적은 이승만, 박정희다. 그러면서 건국의 영웅, 호국의 영웅, 산업화의 영웅인 백선엽, 이병철, 트루먼, 맥아더 이런 사람들에 대한 기술은 거의 전무하고 전태일, 김대중, 노무현은 거의 영웅으로 거의 성인 수준으로, 몇 개 교과서는 김대중을 거의 우상화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사교과서에 건국이란 말이 없어진 것은 북한을 정통성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음모에 교육부가 하수인처럼 가담한 역사말살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1945년 8월 15일이나 1948년을 ’건국’으로 보지 않았던 이유는, 잘 알려진 바 대로 상해임시정부가 1919년 설립되었고 국제법적으로나 실질적인 국가행위에 있어서 합법적인 정부의 시초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하겠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가운데, 그 주축이 되는 국사편찬위원장과 대표집필진이 특정 보수성향 단체의 창립 임원으로 이름을 함께 올린 점, 그리고 이미 2013년에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될 나라이고 북한에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같은 발언 역시 성우회나 ‘바른역사국민연합’의 인식과 대동소이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퇴직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가 2013년 주요사업으로 ‘범국민 국가정체성 및 안보교육 필요성’을 계획하고 그해 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친서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했으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프레임이, 국방부가 2013년 4월 성우회 산하 성우안보전략연구원에 위탁한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올바른 역사 교과서’, 성우회 작품이었나

역사교과서 전쟁을 선포한 바른역사국민연합 임원에도 강영훈(전 국무총리), 김인식(전 해병대전우회회장), 김영관(해사교육진흥재단이사장), 김충배(전 육사교장), 박세환(국가정체성회복협의회회장), 이종구(전 국방장관) 등 성우회 주요 멤버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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