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한 지 1년이 지났다. 4·16가족협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 등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 1년을 맞아 중간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예산이 삭감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등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0월31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황상규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정책실장은 “당시 (유가족 측에) 수사권, 기소권을 줘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를 양보하면서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며 “(2015년) 1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돼야 해서 해수부 공무원들도 급하게 특조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하지만 지난 1월 들어서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며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특조위에 대해 ‘세금도둑’이라고 도발적인 언사를 하면서 그 뒤로 공무원들 태도, 여당 추천 5명의 특조위 위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지난 1월18일 황전원 위원은 불과 한 달 전 자신이 같이 만든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스스로 해체하자는 주장도 했다”고 말했다.    

   
▲ 4·16가족협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 등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 1년을 맞아 중간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특조위 위원들의 임기는 지난 1월1일부터지만, 상임위원 5명에 대한 임명장은 지난 3월5일에서야 수여됐다. 당시 3월1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이어서 임명장은 이완구 당시 총리가 수여했다. 황 실장은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조위원장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며 “이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지시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1주기인 지난 4월16일에는 박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회피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대립할 때도 세월호 시행령이 특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선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결국 유 전 원내대표도 물러나며 세월호 진상규명은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지난 5월11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정부 시행령을 공포했다. 당시 국회의 입법취지와 다른 행정입법(시행령)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지난 7월8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사퇴했다. 이어 8월4일 해수부는 인양업체를 상하이 샐비지로 선정했고, 9월부터 특조위는 조사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정부 “세월호 특조위 임기 내년 6월까지”

오는 2016년 3월11일까지 조사신청을 받는데 정부는 특조위의 임기가 2016년 6월말까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조위의 조사기간이 1년 6개월이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간이 3개월인데 2015년 1월1일부터 특조위의 임기가 시작됐으니 내년 6월말이면 임기가 끝난다는 주장이다.

특조위의 임기 시작을 어떤 시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상임위원들이 임명된 3월5일, 정부 시행령이 공포된 5월, 예산이 확정된 8월 등 기산점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이견이 있다. 이에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최성고 군 아빠 최경덕씨는 “특조위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조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시작을 안했는데 어떻게 기산점을 계산하느냐”며 “조사를 시작해야 임기의 시작이다. 다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빠르면 내년 7월에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세월호 진상규명에 가장 중요한 물증인 선체는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 특조위의 임기가 끝난 뒤에나 뭍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내년 7월에 인양된다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 상하이샐비지와 해수부 계약에 따르면 인양은 내년 12월말까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 “일하지 말라는 건가”

특조위는 2015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비 등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198억6000만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61억7000만원만 반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의원들의 주장으로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예산을 두배 정도 늘려 122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정부는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위한 핵심사업 예산인 ‘인양 선체 정밀조사’ 예산 48억9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해수부는 ‘인양선체 관리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둘은 성질이 다르다. 특조위는 증거조사의 전단계로 선체 내 증거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선체를 정리하는 것이지만 해수부는 말 그대로 선체를 청소하는 예산이다. 

박주민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사건 현장에 물청소를 지시해 기소가 됐다. 증거물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지난 1953년 창경호 침몰사고 당시에도 곧바로 인양을 시도해 2년만인 1955년 선체를 건져 올렸고,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1956년 시신 3구가 조타실에서 발견됐다. 

   
▲ 지난해 8월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사진=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제공.
 

세월호에도 현재 미수습된 희생자 9명의 시신 또는 다른 희생자들의 유품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세월호 자체가 중요한 물증이기 때문에 최대한 훼손하지 않은 채로 인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농해수위 소속 신정훈 의원은 “해수부가 선체에 손을 대지 않은 상황에서 특조위 조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종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양선체 조사 사전준비 항목으로 선체 내부 철거작업, 청소, 기관실 청소 등이 있다”며 “해수부의 인양선체 관리와 중복돼 어디에서 하거나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선체의 훼손을 막는 방향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고, 해수는 선체를 청소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 차이를 무시한 채 해수부가 설계한 예산을 따르자는 뜻이다.  

특조위에도 쓴소리 “존재감을 증명하라”

정부가 특조위 예산을 깎고, 예산의 성격을 바꾸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특조위에 대한 비판도 있다. 특조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특조위의 조사기간이 길지 않은데 조사신청이 들어오면 받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과제를 핵심으로 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특조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특조위가 당위적인 주장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지 않으면 임기기간 논쟁이나 예산 논쟁에서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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