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언론사 표절,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
언론사 표절,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
[김창룡의 미디어창] 표절은 명백한 범죄, 직업윤리위반… 언론계 자정 노력 필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자사 보도를 통해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스1’에 대해 뉴스표절 실태를 고발했다. 연합뉴스는 ‘기사를 도용해서 자사뉴스로 둔갑시키는 언론계 베끼기 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만큼 뉴시스와 뉴스1의 대응이 주목된다.

연합뉴스는 10월 2일자 보도를 통해 “머니투데이 뉴시스·뉴스1, 기사 훔쳐 장사했다”고 주장하며 “뉴시스와 뉴스1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서 자사 뉴스로 둔갑시켜 장사하는 행태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연합은 구체적 사례로 올해 6월23일 뉴스1의 유병언 장녀 관련기사를 사례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당일 오후 6시22분 연합뉴스 박성진 파리 특파원은 '프랑스 범죄인 인도재판 유병언 장녀 1년 1개월 만에 석방'이란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 항소법원에서 열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의 재판을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법정을 직접 취재한 국내 언론사는 연합뉴스와 KBS 2개사뿐이었다. 재판은 통역 없이 진행됐다.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박 특파원의 기사는 불과 6시간 만에 빛이 바랬다. 뉴스1이 해당 기사를 자사 뉴스로 바꿔치기해서 보도한 탓이다.”

연합은 “뉴스1은 제목을 일부 바꾸고 프랑스 뉴스통신사인 AFP 기사를 인용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꼼수는 금방 들통났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프랑스 출국금지', '경찰서 출석 요청' 등은 AFP 기사에는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연합은 표절을 찾아내는 '저작권 침해 탐지 시스템'을 개발하여 뉴스를 훔친 것으로 의심되는 기사를 골라내는 전문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유통되는 90여개 언론사 기사를 분석해서 연합뉴스 기사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찾아내는데 문제는 이런 표절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연합에 따르면, “단독기사 외에 일반기사로 분석 범위를 확대하면 '절도'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2014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머니투데이 1천403건, 뉴시스 835건, 뉴스1 379건을 각각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합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삼은 또 다른 이유는 상황이 개선되지않고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연합은 “뉴스1은 2013년 4월, 2014년 4월 연합뉴스의 기사도용 중단 요구에 실수를 인정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뉴시스도 2014년 4월 일부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면서 “유감과 실수 인정은 그때뿐이었고, 재발방지 다짐은 허언으로 끝났다. 기사 도용은 명백한 범죄임에도 반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계에 기사표절이 만연한 이유는 두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저작권법에서 일반적으로 뉴스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다. 특히 보도 뉴스(스트레이트 뉴스)는 모두가 공유하는 개념으로 특정 개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않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보도뉴스이긴 하지만 특종이나 단독보도 등 기자 개인의 노력과 품이 들어간 원천뉴스가 삽시간에 여러 언론매체에서 자사뉴스로 둔갑하는데는 이런 이유가 상당하다.

지적재산권이란 인간이 정신적인 창작활동의 소산에 대해 재산권을 말하며 크게 저작권, 산업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등으로 분류된다. 뉴스의 형태에 따라 ‘인간의 정신적인 창작활동의 소산’여부로 보는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 문제다. 특종은 힘들고 원천뉴스 제작도 경비가 많이 들지만 보도뉴스형태로 서비스 되는 순간, 다른 언론기관에서 자사제작보도로 둔갑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베끼기 행태, 표절관행을 찾아내기도 힘들고 비용도 만만치않다. 더 큰 문제는 적발한 뒤에 표절로 인정받아도 솜방망이 처벌규정으로 억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저작권법 제136조는 저작권을 침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사의 저작권 침해는 징역형이 아닌 대부분 벌금형에 불과하며 그 금액도 많지않은 편이라 사실상 무법천지인 셈이다. 언론사간 심각성을 인정하고 개선해야 할 이유가 최소한 세가지는 된다.

첫째, 표절은 명백한 언론인의 직업윤리위반이다.

언론윤리강령에도 기사표절이나 크레딧 바꿔치기 등은 정직한 뉴스 서비스를 부정하는 행위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나 더타임즈 등 유명언론사의 윤리강령은 이를 명시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들도 기사도용은 윤리강령으로 금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식품에 불과하다. 특종, 단독보도를 인정한다면 표절은 부정돼야 한다. 동료 언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둘째, 언론계의 표절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첫 번째 존재이유가 부정, 비리 등에 대한 감시, 견제역할이다. 그런데 언론기관이 관행이란 이유로 법을 위반하여 뉴스베끼기를 한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부정한 집단에서 정의가 나올 수는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언론계의 표절문화는 문학, 예술, 학계 등으로 표절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한국처럼 사회전분야에 걸쳐 표절시비가 끊이지않는 나라도 드물다. 언론계에 만연한 표절문화는 학계나 문학 등 표절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는 영역에 제대로 비판의 칼을 들이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표절문화의 근절은커녕 표절이 범죄의식조차없이 퍼져나가는데 대해 언론계가 먼저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않을까.

지금은 스마트폰의 시대로 손안에서 모든 정보가 검색되고 뉴스가 소비된다. 속도 경쟁에서 뉴스의 원천생산, 특종 보도는 몇분만에 자사의 단독보도로 둔갑하는 등 무원칙과 범법행위가 정의와 질서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계의 정화작업, 윤리회복 운동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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