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포털 보고서와 관련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논평할 시간조차 아깝다.

제목만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기사라고 구분한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여당에 대한 비판으로 퉁치는 등 의도를 갖고 짜맞춘 의혹도 있다. 각각 전체 관련 기사 대비 비중을 계산하지 않고 기사 건수만 비교해서 여당에 더 비판적이라는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은 황당무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전체 언론의 논조와 포털의 편집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포털이 편향돼 있다고 비판하려면 포털에 송고된 전체 기사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기사의 비율과 실제로 이 가운데 포털에 편집돼 노출된 기사의 비율을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사들이 보낸 기사는 편향돼 있지 않은데 포털이 편향되게 편집했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부정적인 기사와 긍정적인 기사의 판단 기준 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설령 포털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기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면 (1) 실제로 그런 기사가 더 많을 가능성과 (2) 포털이 유독 비판적인 기사만 뽑아서 노출했을 가능성 둘 다를 검토해야 하는데 후자의 가능성을 예단할 근거를 이 보고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권력을 가진 쪽에 비판이 집중되기 마련 아닌가. 비판이 없다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이 보고서의 의도가 의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둘째, 포털은 오히려 과도하게 중립적이고 그래서 편향적이다.

편향을 피하는 게 편향일 수도 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에는 이런 말이 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The hottest place in hell are reserved for those who in the period of morality in crisis maintain their neuturality). 언론의 사명은 중립이 아니라 권력 비판에 있다. 포털이 기계적 중립에 치우쳐 비판을 은폐한다면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포털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미디어오늘 5월13일자 11면.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 지면신문에만 게재됐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포털이 기계적 형평성을 의식해 쟁점을 희석하는 편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네이버와 다음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논쟁을 활성화하기 보다는 무색무취 가치중립적인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평면적이고 가십성 이슈로 공론장을 뒤덮어 여론을 왜곡해 왔다. 포털 역시 언론이고 이슈의 선택과 편집에 편집자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은 자기검열을 강화하면서 정치색을 의식적으로 배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포털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사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늘릴 이유는 없다. 포털은 태생적으로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독과점 사업자다. 이 보고서 이후 일련의 언론 보도에서 보듯이 포털은 정치권력의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성을 의심 받아왔다. 비즈니스와 무관한 정치적 편향을 반영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계적인 중립에 머물러 비판적인 기사를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실제로 미디어오늘 조사 결과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섹션에 게재된 기사 가운데 연합뉴스 기사의 비중이 3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 뜨는 기사 3건 가운데 1건 이상이 연합뉴스 기사였다는 이야기다. 2009년 6월7일부터 2015년 4월30일까지 네이버 뉴스 섹션에 게재됐던 기사 24만7915건과 2008년 11월5일부터 2015년 5월1일까지 미디어다음에 게재됐던 기사 52만373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네이버가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연합뉴스 기사 비중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합뉴스 비중이 낮았던 다음이 네이버 수준으로 연합뉴스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이버 뉴스의 연합뉴스 비중은 2009년 44.8%에서 2011년 33.3%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30.7%, 올해 들어 4월까지 23.7%로 낮아지는 추세다. 여전히 뉴스 4건 가운데 1건 꼴로 연합뉴스 기사를 편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다음은 연합뉴스 비중이 2009년 24.7%까지 늘어났다가 2011년에는 10.6%까지 줄어들었으나 지난해에는 22.1%, 올해 들어 5월1일까지 24.0%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등 뉴스통신 3사 점유율을 더하면 네이버에서는 39.7%, 다음에서는 36.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나 다음이나 약속이나 한 듯 연합뉴스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고 있는 게 눈길을 끈다.

긍정적인 기사와 부정적인 기사를 구분하는 건 자의적인 평가가 작동할 수밖에 없지만 언론사별 기사 비중은 객관화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곧 발간될 미디어오늘 포털 보고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치우치지 않는 기사가 과연 중립적이거나 공정한 기사인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건 네이버와 다음 모두 통신사 비중이 매우 높고 특정 언론사 편향 보다는 가치중립적인 뉴스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포털은 이미 평정됐거나 장악돼 있다.

2012년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포기하고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면서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졌다. 뉴스스탠드는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들의 방문자 수는 3분의 1에서 4분의 1까지 급감했다. 제목 낚시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뉴스스탠드에서도 선정적인 편집은 오히려 극성을 부렸고 뉴스 소비의 총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슈를 희석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네이버는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의 검색 어뷰징을 방치하고 있다. 계약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노출에서 배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지만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대형 언론사들 눈치를 보면서 최소한의 질서조차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검색 어뷰징은 의지만 있으면 뿌리 뽑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군소 언론사들을 퇴출시킨 전례가 있지만 같은 기준을 대형 언론사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포털은 약점이 많다. 흔히 슈퍼 갑이라고 불리지만 독과점 규제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공신력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세무조사를 받고 국정감사 때마다 증인으로 불려다니느라 바쁘다. 언론사들과 재계약을 앞두고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가 계약이 끝나면 비판 기사가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두들기면 나오는 ATM(현금지급기)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다.

좋은 의도로 기획됐다고 하나 다음의 오피셜 댓글에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3자의 권리침해 신고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려 하고 있고 언론중재위는 기사 댓글까지 중재 대상으로 삼겠다며 역시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고 조중동 등 보수 언론과 광고주협회 등이 거들면서 인터넷 신문 등록 기준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포털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무려 145만 건에 이르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 신문 85%가 사라지게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광고주협회가 군소 인터넷 신문 퇴출을 목적으로 유사언론 리스트를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련의 변화는 비판 여론을 은폐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반에 위축 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내친 김에 새누리당은 낚시성 기사를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방통심의위 산하에 인터넷 기사 심의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느니 아예 별도로 민간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느니 하는 황당한 주장까지 늘어놓고 있다. 허가 산업인 방송이나 통신과 달리 포털 사업자의 콘텐츠를 심의한다는 발상도 황당무계하지만 애초에 포털을 언론으로 보지 않고 포털의 언론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결론, 포털의 공정성 논란, 일단 정부는 빠져야 한다.

인터넷 인구 3500만명 가운데 2500만명 이상이 네이버로 인터넷을 시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52.3%가 웹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로 네이버를 띄워두고 있다. 다음은 29.9%, 더하면 전체 국민 다섯 명 가운데 네 명 이상이 네이버와 다음으로 인터넷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얼마든지 특정 이슈를 띄울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영향력이다. 포털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털 뉴스의 편집 원칙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편집 원칙을 공개하라는 주장은 공허하고 알고리즘 방식으로 가자는 주장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완벽한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개선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뷰징 문제가 심각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편집자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의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언론사들이 직접 네이버 첫 화면의 뉴스를 편집하되 독자들 평가를 반영해 노출 비중을 조정하고 효과적인 인센티브와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해 어뷰징을 막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뷰징을 막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추천을 반영할 수도 있고 다수의 뉴스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언론사들의 자율 규제를 병행할 수도 있다.

포털의 권력은 감시 받고 견제 받아야 한다. 포털은 영리기업이지만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포털도 넓은 의미의 언론이고 설령 포털의 뉴스 편집이 편향적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자율적인 편집권의 영역에 정치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포털이 다루는 뉴스에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공론의 장에서 비판과 반박과 숙의를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에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새누리당은 포털이 지나치게 비판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포털이 정부 비판을 희석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공적 플랫폼인 포털은 태생적으로 양쪽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고 포털의 공정성은 법적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감시와 견제로 풀어야 한다. 핵심은 어떤 경우든 정치 권력이 언론의 편집권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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