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인가구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혼자 사는 여성은 집 안이 들여다보일까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하나 열어놓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떤다. 혼자 사는 노인은 위급한 상황에도 주변에 도움청할 곳 없어 쓸쓸히 고독사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산다. 

사업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가장은 홀로 1.5평 좁은 고시원에서 우울증을 끌어안고 잠든다. 40만원을 상회하는 월세가 버거운 대학생들은, 청년 실업률 10%인 현실과 부모님께 불효자가 된 자신을 원망한다. 1인가구는 늘어나는데도 이들을 배려한 정책은 미흡하다. 

서울시의회는 12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에서 1인가구들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고 이를 대책으로 만들기 위한 ‘서울에서 혼자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1인 가구 정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연구원에 용역의뢰한 ‘서울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생활 불편과 정책지원 방향을 △ 여성 독거노인 일자리 정책 △소외된 어르신 공동생활시설 △20대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1인 가구 주택 정책 △고독사 방지대책 △1인 가구 세입자 권리보호정책 등 6가지의 주제로 발표했다. 

명절 직후 ‘극단적 선택’하는 독거노인 급증
1인가구 중 노인들은 명절이 싫다. 연휴 내내 TV에선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행렬이 연일 방송되지만, 그들을 찾는 이들은 없다. 

마포노인복지회관에서 시니어봉사단 ‘위캔(We Can)’에서 활동 중인 이해관 씨는 “특히 독거노인들 중에 명절만 지나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는다. TV에서는 가족 만나 반갑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하루종일 나온다. 그걸 보다가 ‘나를 찾는 사람은 왜 없나, 살아서 뭐하나’하는 생각에 쪽방에서 한숨짓던 노인들은 쓸쓸하게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 마포노인복지회관에서 일하는 이해관 씨. 사진=차현아 기자.

65세 이상 노인 인구 542만명 중 독거노인은 2010년 현재 120만명에 이른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4중고를 겪는다. 병고, 빈고, 무위, 고독 등이다. 이 씨는 “노인 빈곤율은 48%에 이르고 최근 4년간 자살을 시도한 노인은 2배가 늘었다. 독거노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혼자사는 노인들은 갑작스럽게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고독사할 위험을 안고 산다. 이들에겐 1인가구 정책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이유다. 

마포라디오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박귀순 씨는 고독사를 피했던 외국의 60대 노인의 사례를 제시했다. “외국의 한 60대 노인이 사고로 집 화장실에 갇혔다가 3일만에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 욕실에서 물을 받아마시며 겨우 살아있던 그가 구조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에 매일매일 90대 어머니와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안 받으니까 이상하다고 여겼던 어머니가 신고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외부와의 연결망이 사실상 생명의 끈”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외부와의 끈’을 정책 차원에서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박 씨는 “공동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네 다섯명 정도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삶의 즐거움과 슬픔도 공유하고 불의의 사고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안전·높은 월세에 20대 1인가구 “불안하다”
혼자 사는 20대도 삶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학생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에게 의존하며 월 40만원 이상의 주거비를 의존해야 하는 ‘등골 브레이커’가 되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20대 여성은 귀가 때마다 두려움을 안고 밤길을 걸어야 하거나, 문도 제대로 못 열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주거복지 정책 중에는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있다. 학생이 살고 싶은 전셋집을 구하면 LH에서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대학생에게 싸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한달에 20만원 남짓한 비용에 2년 간 싸게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1인가구연합에서 활동하는 권혜인 씨는 “혼자 살게 되면서 LH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알아봤지만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경우 학기 중에는 학교 근처에서 거주하지만, 방학 때는 어학연수를 가거나 봉사활동 등으로 학교 주변에서 계속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권 씨는 “졸업을 1년 앞둔 상황이고 졸업 후 어느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년을 계약하기는 쉽지 않다. 불가피하게 이사하게  돼도 전세이자와 관리비 등을 2년 계약 끝날 때까지 계속 내야 한다. 대학생 대상 주거 정책에 대학생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차현아 기자.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청년들도 청년만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겪는 주거불안문제와,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 세대와 노인 세대가 서로 작은 파이를 놓고 각자의 불안을 두고 경쟁하면서 뺏는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중년 1인 가구 “우울하고 고독하다” 
1인가구는 전 세대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중년 1인가구역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1인가구 중 50~59세인 1인가구는 전체의 11.9%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청년과 노인 세대 사이의 ‘낀 세대’인 중년 1인가구가 겪는 고충에 대해 설명했다. 

중년 1인가구의 특징은 사업실패와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혹은 주말부부나 기러기아빠처럼 일 때문에 억지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이 다른 1인가구에 비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이 큰 이유다. 그러나 ‘가장’이라는 생각에 참고 견디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주거비 문제도 버겁지만 고독 문제도 함께 주거 정책과 연계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과 전국의 1인가구 비중. 출처=서울시 1인가구대책 정책연구

4가구 중 1가구가 ‘나혼자 산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가구는 23.9%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 1인가구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 평균가구원수는 2.3명으로 예측된다. 혼자사는 사람은 25~30%, 1~2인 소형가구는 전체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연령층에 분포한 1인가구의 정책 수요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인 가구가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곧 온다. 이런 미래의 사회트렌드를 분석하고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1인가구를 위한 서울시의 세밀한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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