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사위의 마약투약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만 15차례 상습마약투약범이 된 사위에게 법원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무시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은 항소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언론의 입장에서는 ‘유력정치인 가족에 대한 봐주기’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만하다.

법원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솜방망이 처벌에 장황한 이유를 내세웠다. ‘초범이라는 점, 반성하고 있다는 점,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 가족관계’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의아한 판결을 내렸다.

봐주기 판결에 대한 의혹은, ‘ 상습마약범의 경우, 대법원이 정한 최종 형량 범위는 4년~9년 6개월이지만, 재판부는 양형기준 하한선보다 낮은 3년 형을 선고하고 게다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따라서 언론의 ‘봐주기’ 의혹제기는 언론의 감시기능에 충실했다 고 판단된다.

문제의 근원이라면, 항소하지 않은 검찰의 납득하기 힘든 행태, 별 설득력없는 이유를 내세워 대법원 양형기준을 지키지않은 법원이다. 물론 김 대표가 이런 검찰이나 법원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이 있다면 별개의 문제가 된다. 김 대표가 즉각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나선 것 역시 불가피했다.

언론은 OECD 국가중 사법부 신뢰 꼴찌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사법부, 구체적으로 검사와 판사들의 기소와 판결 행태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제기할 필요는 있다. 김 대표의 ‘봐주기는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여부는 각자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현재까지 김 대표의 개입여부는 드러난 바가 없다. 단지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동안 우리나라 사법부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고 남지만 의혹을 보도하는데도 최소한의 근거는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구체적으로 김대표는 언론사 이름까지 밝히며 ‘아쉽다’는 표현으로 절제했다. 직접 인용해본다.

“...저는 공인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라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다 좋은데, 사위는 공인이 아니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 법의 심판도 받았다. 이렇게 이름이 공개되고 혐의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참 아쉽게 생각한다...오늘 <동아일보>에서 마치 정치인의 인척이기 때문에 양형을 약하게 했다,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판결의 양형부분에 대해서는 판사에게 따지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김 대표의 주장중 ‘사위는 공인이 아닌데, 이름과 혐의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쉽다’고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한 부분은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신원을 공개한 다른 언론사들도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불법보도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나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실명을 공개하여 보도할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패륜범죄나 반인륜범죄, 연쇄살인범 등에 대해서는 성명이나 신원공개 등 실명보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김 대표의 사위는 어느 경우에도 포함되지않는다. 그는 유력 정치인의 사위일뿐 그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으로 위법보도가 될 위험성이 높다. 그는 이미 법의 판결로 죗가를 치뤘다. 그런데 언론이 신원을 공개함으로써 그는 사회적으로 프라이버시권을 침해받아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국내외 판례에서 보호받아야 할 정당한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지않았을 때 언론이 패소한 사례는 많다. 이번 사안도 공인의 사위라고해서 실명보도하게 되면 언론이 승소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맞물려 있어 언론의 죄가 가볍지않다.

공인인 김 대표가 아닌 공인의 사위라는 이유로 당사자의 이름, 회사 이름, 심지어 사위의 아버지 이름과 회사까지 공개되는 것은 언론의 과잉정보 제공 내지는 불법보도가 되는 셈이다. 특히 이런 불미스런 사건의 장본인의 경우, 사건내용 외에는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언론계의 질서로 잡혀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실명으로 보도하고 어떤 경우에 익명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해 언론은 다시 한번 챙겨보고 반성해야 한다. 판결보다 보도 때문에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이중 고통속에 살아가야한다면 그것은 언론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하더라도 언론의 죄악이다. 지금이라도 해당 언론사들은 인터넷에서 실명을 지우고 사과를 표하는 것이 언론윤리강령에 충실하는 것으로 본다. 타인을 공격, 비판할 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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