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다음날 아침에는 “혁신은 없었다”는 기사로 도배가 되곤 했다. 다분히 삼성전자를 의식한 기사였지만 애플은 그때마다 판매기록을 경신하면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애플이 현지시간으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 아이패드프로, 그리고 애플TV 신제품 등을 공개했다.

아이폰6S의 경우 화면 크기나 디자인도 그대로고 혁신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스펙은 크게 개선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64비트 A9가 탑재됐는데 연산속도가 최대 70%, 그래픽 성능은 최대 90% 향상됐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터치아이디 지문인식 센서도 반응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고 카메라도 뒷면은 1200만 화소, 앞면은 5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아이폰6는 각각 800만과 120만 화소다.

가격 차이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화면 크기와 디자인만 빼고 싹 바뀌었다고 할 정도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압력을 인식해 작동하는 ‘3D 터치’ 기능을 도입했고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화면이 3배로 밝아지는 레티나 플래시 같은 아기자기한 기능도 돋보인다. 강화유리와 알루미늄 바디도 강도가 높아졌다. 기존의 실버와 스페이스그레이, 골드 외에 로즈골드 컬러가 추가된 것도 눈길을 끈다.

아이패드프로는 일단 화면이 커졌다. 기존 9.7인치에서 A4 용지 크기 12.9인치로 늘어났고 속도도 기존 아이패드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초기 아이패드 모델과 비교하면 22배나 빠른 속도다. 중국산 저가 태블릿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여전히 태블릿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날 발표회에서 애플 CEO 팀 쿡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괴물(monster)들을 소개한다”면서 “아이폰6S와 아이폰6S는 이제까지 발표된 아이폰 중 가장 진보된 스마트폰”이라거나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강력한 아이패드”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고 애플TV를 소개할 때는 “미래의 TV는 앱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애플TV는 안방 시장을 점령하고 애플 생태계로 통합하려는 애플의 야망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TV와 컴퓨터, 콘솔 게임기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성인식 운영체제 시리를 터치 리모컨에 도입해 음성 명령을 내려 원하는 영화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영화 뿐만 아니라 날씨 정보와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된 리모컨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등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공개한 tvOS와 개발자 킷은 애플TV의 확장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졌던 것처럼 애플TV 앱이 쏟아져 나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TV에서 공동으로 구동되는 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디 큐 애플 부사장은 “우리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TV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일부 외신에서는 애플TV가 넷플릭스 등 OTT 업체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애플 신제품 공개 때마다 “혁신은 없었다”는 냉소가 쏟아졌던 것과 달리 이번 신제품 라인업은 눈에 띄는 혁신은 없지만 좀 더 단단하고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눈에 띄는 혁신은 없었지만 애플이 혁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다. 아이폰6가 분기 판매량이 5000만대에 이르고 10개월 연속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아이폰6S가 그 열풍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애플TV가 만들 새로운 TV 생태계의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애플은 12일부터 미국에서 아이폰6S 시리즈를 예약 판매한다. 한국은 이번에도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애플TV는 10월부터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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