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간첩이 됐습니다. <북에서 먼저 포격? 연천군 주민들은 왜 못 들었을까>라는 기사를 쓴 탓입니다. 

해당 기사는 북이 20일 고사포와 직사포 수발을 쐈다고 하는데 관련한 영상과 사진이 왜 없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목함지뢰 사건 때만 해도 군에서 제공한 지뢰 폭발 장면은 하루종일 언론의 전파를 탔습니다. 폭발 당시 현장 군인들이 침착한 대응을 했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목함 지뢰 폭발 사건에 이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이고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는 북의 포격 피탄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우연치않게 북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괴뢰군부 호전광들은 아군이 남측으로 포탄 한 발을 발사하였다는 있지도 않는 구실을 내대고 아군 민경 초소들을 목표로 36발의 포탄을 발사는 분별없는 망동을 부리였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목함지뢰 설치를 부인해왔던 북이 또다시 포격 사실을 부인한 것입니다. 사실상 없는 도발을 남측이 조작해 역도발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에 더해 삼곶리 주민 대부분이 북의 포격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증언을 담은 보도(연합뉴스)가 나왔습니다. 북의 발표와 연합뉴스의 기사는 '북이 정말 포를 쐈을까'라는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의혹이 있다면 이를 해소시켜주는 것도 언론의 몫입니다. 연합뉴스 기사를 검증하기 위해 직접 연천군 주민을 인터뷰했습니다. 삼곶리 지역이 군사 훈련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포 소리에 둔감하고 북이 포를 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점이 10킬로미터 밖에 있기 때문에 주민이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군 당국의 입장도 물었습니다. 의혹을 가장 손쉽게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군 당국이 관련 증거를 내놓는 것입니다. 포가 떨어진 곳이 야산이라고 하더라도 수십발의 직사포로 인해 쑥대밭이 된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공개요구에 대해 '작전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목함지뢰 폭발 장면을 제공했던 군은 북의 이번 피탄지점은 철저히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포의 궤적기록이라도 공개하면 곧바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해당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는 지역 주민을 인터뷰해 북의 포격 소리를 듣지 못했던 이유를 전하면서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군 당국이 관련 정보를 하루빨리 공개해야 된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조선일보 24일자 기사
 

 

그런데 미디어오늘의 이 기사를 리트윗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비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많은 언론이 하 의원의 주장을 맥락없이 전하면서 미디어오늘은 괴담 유포의 진원지가 됐고 이재명 시장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공직자가 돼버렸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성남시장 "北이 포격? 연천 주민은 왜 못들었나" 황당 주장>이라는 제목의 지면 기사까지 냈습니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은 한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오르더니 과거 했던 논란의 발언까지 묶어 어뷰징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북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쫓는 종북 매체가 됐고 안보 위기를 가장한 언론 상업주의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논란이 되자 트위터를 통해 "북한군 포격소리 못들었다는 이런 기사 단순링크 트윗한 내가 종북이면 이런 기사 쓴 신문사와 기자는 북한간첩이겠네요"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조선일보도 저희와 같이 ‘합리적인 의심’을 했던 모양입니다. 조선일보는 21일 <"하늘 찢는 굉음에 전쟁 났구나 싶어" "이번엔 北에 본때 보여야">라는 기사를 통해 연합뉴스와 마찬가지로 삼곶면 주민이 북의 포 사격 소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조선일보가 먼저 주민이 북한포격소리 못들었다는 기사 썼는데똑같은 내용의 다른 기사 트윗했다고 종북몰이하는 이상한 나라"라며 “주민이 북한군 포격소리 못들었다는 조선일보기사. 미디어오늘보다 먼저 쓴 이 기사를 내가 트윗했어도 지금처럼 문제삼았을까?”라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재명 시장께서 미디어오늘 기사 한번 리트윗한 죄로 “대한민국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행위”(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저희 역시 억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도 보도했던 내용을 미디어오늘이 보도하면 왜 종북 기사가 되는 걸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이런 것도 궁금해하면 간첩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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