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로 22일 군 확성기가 있는 김포시에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진 와중에 이날 밤 김포시 한 주민자체센터가 주최한 불꽃축제가 열려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앞서 김포시 구래동주민자치센터(한기정 동장)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김포한강호수공원에서 ‘호수에 락(樂)이 빠지다’를 테마로 ‘제1회 김포한강 호수&락(樂)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개막식 축하공연과 함께 농촌체험부스와 전자촛불행진 등 당초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던 구래동주민자치위원회(장기정 위원장)는 이날 오후 10경부터 시작 예정이던 하이라이트 행사로 불꽃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행사 전부터 일부 자치위원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집행부가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약 5분가량 진행된 불꽃놀이 행사로 한강호수공원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행여나 있을 북한의 도발 가능성으로 긴장해 있던 김포시 전역이 술렁이며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 제1회 김포한강 “호수 & 락”행사 안내 포스터
 

22일 군은 대북 확성기가 있는 경기도 연천·파주·김포지역과 인천시 강화군 일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김포시에서만 월곶면 용강·조강·보구곶리 주민 등 119명이다.

이내 김포 하늘에 울려 퍼진 굉음이 북한의 폭격이 아닌 불꽃놀이 폭죽 소리로 밝혀지자 김포시청과 김포경찰서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지역의 공식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축제도 좋으나 지금 시민들은 북한의 도발로 인해 공포스러운 밤을 보내며 대피지역 주민은 밤잠을 못 자고 있는데 불꽃놀이로 시민들이 북한 포탄으로 오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시국에 도대체 무슨 불꽃놀이냐. 진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시민 공포축제 기획한 축제 기획자와 강행한 집행부는 시민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등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구래동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행사는 김포시청이 각 주민센터별로 신청을 받아 예산의 10분의 1 정도를 지원했고, 나머지는 협찬과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진행된 것”이라며 “당초 나는 불꽃놀이 말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화합할 수 있는 다른 행사를 제안했는데 일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구래동 인근 일부 아파트에는 불꽃놀이 행사와 관련한 사전 안내방송이 나오긴 했으나, 이를 듣지 못한 대다수의 김포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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