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관련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등은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산으로 간 4대강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정부가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의 명분이 “모두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면서 “이제는 강에 이어 산이 위협받고 있다”고 개탄했다.

주교회의는 “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부처들은 케이블카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미 단 5일간의 스키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의 500년 원시림이 무참하게 파헤쳐졌다. 이제는 설악산도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면서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산양을 비롯한 수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설악산이 뚫리면, 다른 국립공원들도 줄지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교회의는 “국립공원은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이며 “국립공원의 존재이유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과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며 “생태계 파괴는 우리 공동의 집을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끝으로 주교회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소수의 이익을 위한 생태계 파괴”이자 “다른 생명과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로 규정하며 “분별없는 케이블카 사업을 당장 멈추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한편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 1.4킬로까지 접근하는 오색케이블카는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나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추진” 발언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비롯한 정부와 강원도 등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 정상부의 4성급 이상 관광호텔 및 오색케이블카, 각종 테마파크 등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오색케이블카 건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지리산, 신불산, 팔공산 등 전국의 산지들에 정치권과 재계의 케이블카 건설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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