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 270원이다. 시간당 450원, 월급으로는 9만 4050원이 올랐다. 얼마 안 올랐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만, 이 450원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안팎에서는 전쟁이 벌어진다. 최저임금위원회 최초의 ‘청년’ 대표, 노동자위원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지난 몇달도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김민수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최저임금회의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사용자 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을 비판하거나 ‘월급 병기’에 반대하는 사용자 위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등 장외에서의 싸움을 이어갔다. 미디어오늘이 14일 김민수 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한 소회 등을 물었다. 인터뷰는 서울 불광동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던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소감이 어떤가. 
“청년유니온에 처음 들어온 이후, 최저임금을 두고 5년 간 밖에서 싸웠다. 서명도 하고 기고도 하고 캠페인도 하고 애를 썼다. 청년유니온의 ‘자기 의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를 쓰는 것에 비해 정보는 너무 부족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록을 공개도 안 되고, 왜 이렇게 결정됐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결정과정이 바깥의 당사자들과 공명할 수 있어야 안의 논의에 민주적 책임성이 부여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 그래서 페이스북에 회의 내용과 위원들의 발언을 공개했나.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였다. 가지고 있는 채널과 수단은 다 동원했다. 바깥의 당사자들과 공명해야 안에서 펼치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최저임금 위원 중 연령대가 낮고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폄하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봤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다른 위원들이 불편해하지 않았나. 
“엄청 불편해하더라. 근데 페이스북을 안 하셔서 그런지 나한테는 별 이야기 안 하셨다.(웃음) 오히려 언론에 대고 세게 말해서 강한 문제제기를 받은 쪽은 이남신 위원(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이었다.”

- 발언 내용 공개했다고 문제제기하는 이유는 뭔가. 
“위원회 운영규칙이 있다. 회의결과나 내용은 위원장만 공개할 수 있고 공개하려면 의결을 거쳐야한다. 그렇기에 의결되지 않은 정보 확산은 운영규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운영규칙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 처음에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개인적 결심은 아니었고, 청년유니온은 2010년 출범 때부터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원했다. 공은 던져놓은 상황이었고, 결단은 총연맹(노동자위원을 결정하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차원의 문제였다. 청년의 대표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기도 했고 그만큼 최저임금이 첨예하고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설정한 목표가 있나.
“최저임금위원회 공식일정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에 현장방문을 가서 중소IT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를 만났다. 한 달에 180만 원 받는다기에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으시네요. 그래도 최저임금이 중요한가요’라고 물었다. 잠깐 고민하더니 그렇다고 답하더라. 집단적 노사관계가 아니라 연봉협상을 통해 임금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7% 오르면 ‘그래도 5%는 올라야죠’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5년 전 최저임금 캠페인을 할 때랑 지금이랑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대다수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자기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과 결정과정 등 아주 기초적인 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얼마를 올리겠다’보다 외부와 공명하는데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금액은 이 과정에 대한 평가로 도출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 그래서 그 결과 8%가 올랐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평균 인상률보다 많이 올랐다’, ‘8년 동안 제일 높다’는 식으로 보도자료 내는 것은 불쾌하다. 전년도와 비교해 최저임금을 평가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존엄을 유지하면서 재생산, 미래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비용을 통칭해 생계비라고 하는데 생계비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 위원들의 주장대로 두 자리 수 인상이 최소치가 아니었나 싶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14일 오후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위원회는 항상 노사 양측의 퇴장과 불참이라는 파행을 반복한다. 그렇게 합의가 안 되나. 
“참 답답했다. 청년유니온 활동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고 의견을 조정하고 토론을 거쳐 대안을 내는 논의과정에 익숙해졌다. 이게 아닌 논의과정을 거치니 병 걸릴 것 같았다.(웃음) 최저임금위원회는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진다기보다 입장이 계속 재생산되는 자리다. 힘과 힘의 대결이다. 아주 작은 개선안을 합의하는데도 일주일씩 걸리고 정작 최저임금은 마지막 날 쫓기듯이 결정한다. ‘수정안 얼마 낼 거야?’라며 배팅하듯 눈치게임을 한다.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다.”

- 원인이 뭔가. 최저임금을 안 올리려는 사용자위원 탓인가.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중 누가 더 합리적이고 구체적 통계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둘러싼 싸움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이 가지는 의미를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이다.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의 영향력을 협소하게 해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청년노동을 ‘부차적 노동’ ‘용돈벌이’로 취급했다. 우리는 최저임금의 의미를 크게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공론을 조직화하려 했다. 일부 사용자 위원들과 논의하는 것은 참 고역이었다. 토론이 쉽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너무 많다거나 미숙련 노동자가 최저임금 받는 건 당연하다거나. 이런 논의는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박탈돼야 한 논리인데 공식 석상에서 오간다. 반면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위원들에게는 절실함을 느꼈다.”

- 최저임금을 두고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대립하는 모양새인데, 합의점이 보였나
“위원회 안에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저임금이라는 단건을 두고 금액싸움을 하는 것이기에 조정의 여지가 별로 없다. 바깥에서 조정할 수 있는 포인트를 늘려 가야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상공인 대표 사용자 위원과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절실함에 공감했다는 평가는 할 수 있다.”

- 노사를 중재해야 할 공익위원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나.
“노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은 부담이 있다. 회의에서 장악력을 가지고 이상한 주장은 쳐내고 이러면 한쪽 편을 든다는 인식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한쪽에 힘을 팍 싣는 모양새를 꺼려한다. 사실상 정부 가이드라인도 있고, 정부랑 채널도 유지해야 하기에 공익위원들이 책임감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카트를 밀며 행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사용자 위원과 공익위원들 비판했는데, 노동자위원에는 문제가 없나. 비정규직 등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더 있어야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당사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9명 중 3명이다. 많이 늘었고, 양대노총이 과감히 결단했다고 본다. 다만 9명이 전부 다 당사자 위원이라고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냐면 그건 아니다. 당사자의 절절함 못지 않게 전문성도 요구되는 자리다. 조정하고 협상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누군가는 밀고 당기고 누군가는 기세를 조절하고 누군가는 전문성으로 압도하고, 저 같은 사람은 당사자 입장에서 말하고. 자기 역할이 있다고 본다.”

- 노동자위원들이라도 회의를 파행시키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6.5%~9.7%)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 양노총은 정부기관, 공익위원과 채널이 있기에 회의장 바깥에서는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사용자 위원이 6000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저지했는데 그래도 공익위원 가이드라인을 통해 6000원대로 만들었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켰어야한다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한 비판이다.”

-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어디에서 결정하는 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문제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향후 3년간의 전망을 고려해 로드맵을 만들어야하는데 최저임금을 그저 ‘전년대비 얼마냐’는 기준으로, 단 건으로 취급한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 문제도 이런 로드맵 안에서 풀어야 한다. 또한 이 안에서 위원들이 애쓰지 않는 한 위원회에 문제가 있더라도 위원회를 바꾸는 싸움을 조직할 수 없다. 기존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있어야 한다.”

-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청년에게 불리하다는 인식도 있다. ‘정규직 과보호’를 해결하자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비슷한 주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이 동시에 등장했다. 이 두 가지 명제가 모순된다는 점에 대해 사회가 별로 고민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중소기업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노동의 질을 높여야하는 문제다.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실증적인 연구도 많은 걸로 안다.”

“지금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낙수효과에 기대고 있다. 대기업 중심 노동자의 몫을 빼앗으면 그 일자리가 아래로 내려온다는 식이다. 이 논리를 뒤집어야 한다. 밑바닥부터 노동의 질을 끌어올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실업상태의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확충, 위법적 노동조건에 대한 처벌 강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청년노동자로서 앞으로 이 의제를 확장하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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