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를 등에 업는 사진은 지난 4. 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해 자축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있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 다음날인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축하 행사 중 "우리 김무성 대표님이 4천800km를 뛰면서 후보자를 업고 다녔는데 오늘은 내가 한번 업어주겠다"며 김 대표를 등에 업었고 카메라가 플레쉬가 터졌다.

김 최고위원은 하지만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박차고 나가게 만든 주인공이 됐다. 거듭된 김 최고위원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당 대표가 회의를 보이콧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평택현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다시 사퇴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치 청와대의 돌격대처럼 행동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오는 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에 불참하는 방침을 세웠고 자연스럽게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친박과 비박 양측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데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김무성 대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선거 승리를 격려하며 김 대표를 업었던 김 최고위원은 일주일 후인 5월 6일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가 입으로는 국가, 나라, 미래를 부르짖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라를 망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4·29 재·보선 승리의 의미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제대로 하라는 것인데, 이번 여야 공무원연금개혁 합의안은 이런 국민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 합의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 명기 문제에 난색을 표했던 청와대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며 김무성 대표를 정면 비난한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6년 뒤에는 이번 개혁 덕분으로 하루 200억원 들어갈 게 100억원씩 들어가는 것으로서 제대로 알고 얘기해 달라"고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하지만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국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여야가 쿨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대통령께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이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씀해 왔다. 오히려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려 대통령께서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김 최고위원의 사퇴 입장 발표는 돌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비박계 지도부로 꾸려진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비박과 친박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특히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는 결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결국 김 최고위원은 "여야 대표연설을 들어보니 경제 살리기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사퇴 여부를 고심하다가 번복했다.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거듭된 사퇴 촉구에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하고 퇴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노컷뉴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지난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에 오르면서 40대 젊은 총리 기수로 부각된 인물이다. 하지만 언론 검증에서 백화점 의혹을 받았고 박연차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박 회장을) 2007년 처음 알았다"고 부인했지만 박 회장과 골프를 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거짓말로 인한 여론 악화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지난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에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최고위원직을 수행하면서 당 지도부 운영에 제동을 걸어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워낙 납득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언론에 주목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또한 비박계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지난 행보를 지켜봤을 때 청와대의 정국운영 방향을 받들어 당 지도부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사안별로 보면 김 최고위원의 입장을 상식적인 정치 행보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하다"라며 "잠재적 대권주자로 정치적 욕망은 있지만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돈키호테식으로 본 정치인 중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일관성 있는 스타일이 있는데 김태호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 패턴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주목을 받으면 민망한 일이 앞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에서조차도 본회의가 열리는 6일까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을 준 상황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들이박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경우 당내 기류에 마음에 들지 않는 청와대가 반색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려고 하다가도 싫어하거나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김 최고위원의 청와대 입각 가능성도 거의 없어 이번 돌발행동에 개인적인 정치적 이득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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