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자(46)씨는 울산대학병원 본관에서 청소를 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병원이 환자를 받는 시간이 오후5시 30분까지라서 그렇다. 이 10시간 중 1시간은 휴게시간이다.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은 한 달 120만원 남짓이다. 올해 시급은 5790원, 최저임금보다 210원이 많다. 연장근로와 당직근로를 하게 되면 손에 쉬는 돈은 한 달 160만원 수준이다. 노동자들이 연장근로에 목 매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 25일 이씨가 소속된 청소용역업체는 노동자들에게 “원청(울산대병원)과 도급을 체결하면서 기존 1시간이던 연장 근무를 30분으로 줄이기로 했다.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연히 임금도 떨어진다. 본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월 9만 2000원, 신관 청소노동자들은 월 2만 4000원이 줄어들게 된다. 본관에서 일하는 이씨도 이번 달부터는 10만원 가량 덜 받는다. 

울산대학교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과 청소노동자 노조(공공운수노조 민들레분회)는 이번 임금삭감이 메르스로 인한 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을 통보하기 전날 울산대병원이 메르스 여파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은 메르스 여파로 외래환자가 25%, 입원환자가 10%가량 줄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노컷뉴스
 

이씨는 “매년 임금협상을 하면 최저시급에서 100원 정도 오르곤 했다. 한 달 월급으로 따지면 4만원 가량”이라며 “그런데 연장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한꺼번에 10만원이 깎이게 됐다. 2년전 임금으로 돌아간 것. 회사는 30분 쉬라고 하지만 우리는 30분 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무시간이 30분 단축된다고 해도 다른 누가 청소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그대로”라며 “업무강도만 세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 노조인 울산대병원분회 이장우 분회장은 “24일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25일에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부분에서의 임금 삭감 등은 전혀 없었다. 병원 노동자 중 가장 열악한 이들에게 경영의 위기를 전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분회는 병원측에 청소용역업체와 체결한 계약서 공개를 요구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이들 노조는 지난 달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은 2015년 노사교섭 경영보고에서 퇴직충당금 492억 원과 운영자금 약70억원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병원은 몇 사람의 운영위원들만 이용하는 14억원어치의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며 “그러함에도 울산대학교병원 경영진은 할 수 있는 수많은 대책을 뒤로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임금부터 삭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울산대병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총무팀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 3월부터 논의중이던 내용으로 25일에 계약으로 체결했을 뿐”이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인) 7월 1일부터 시행을 한다고 하니까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전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근무시간이 길다고 노동자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반영한 것”이라며 “메르스 여파는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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