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한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위반이 아니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답변한 가운데 지난해 박 대통령의 재보궐선거 행보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내용과 비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7. 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 대회에 참석한 것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문의 받았다. 

당시 선거법 위반 문의 내용을 보면 "박근헤 대통령은 7. 30 재보궐선거를 20일도 남지 않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색깔인 빨간색 재킷을 입고 참석해 연설하였다"며 "뿐만 아니라 이 행사장에서 동작을 재보선 새누리당 예비후보자인 나경원 씨와 악수함으로써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였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어쩌다 우연한 악수가 아니라 나경원과의 명백힌 의도적인 악수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7월 11일 재보궐선거 지역인 경기도 김포 소재 로컬푸드 직판장과 시장 등을 방문한 것도 선거법 위반 논란 시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에 있는 박 대통령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혹은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고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1과는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담당하는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전당대회에 당원자격으로 참석하여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의례적으로 악수한 행위만으로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활동과 정당 활동의 한계를 넘어 선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선관위는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하여 재보궐선거지역에 있는 로컬푸드 직판장 등을 방문하여 선거에 관한 발언 없이 농수산물 유통단계 축소 등에 관한 현안사항 청취와 의견을 나눈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가 아닌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활동을 한 것이고 특히 ‘선거에 관한 발언’이 없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국무회의에선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정면 겨낭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런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선거를 통한 심판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나온 이후 사실상 ‘배신의 정치’를 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해 낙선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선관위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대통령 발언은 의회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힘으로써 정치적 행위에 대한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논란 당시에는 선거에 관한 발언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를 댔는데 국무회의에서 선거를 언급한 대목에 대한 판단 없이 대통령의 전반적인 의사 표현으로 본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이번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중선관위의 판단은 과거 사례에 더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은 것과도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관위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만 유독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과거 사례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특정인을 언급했고, 이에 대해 선거로 평가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히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연달아 나오는 것도 형평성 문제와 연결돼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려달라는 민원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 역시 박 대통령의 발언의 선거법 위반 검토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에 대해 사실상 폐기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새누리당의 내분 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야당도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교통정리를 할 핖요가 있다는 얘기인데 선거법 위반 내용 제기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뿐 아니라 삼권분립의 훼손을 막는 취지의 주장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헌적 처사”라며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인에 대한 심판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은 협상의 파트너인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에도 후임 원내대표의 협상 재량권이 없어 향후 정국 운영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