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먹는 걸 한창 좋아하는 때인데 치킨 먹고 싶다고 해도 이것저것 따져야하는 현실이 너무 싫습니다. 최저임금이 정말 만원이 돼 월 200만원 수입이 보장된다면 둘째 좋아하는 치킨도 1주일에 한번씩 사주고 싶네요.” 담담하게 말하던 이아무개(43)씨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씨는 대형마트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반찬 값 벌려고 나가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듣는 말 중이다. 이씨는 이 질문이 속상하다. 이씨 가족에게 최저임금은 ‘생명줄’이다. 그는 혼자 아이 둘을 키운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다. 남편은 6년 전 세상을 떴다. “첫째가 공부를 좀 해요. 학원에 가고 싶다해도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 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이씨의 현재 시급은 5900원이다. 그가 첫 입사했을 때 시급은 4950원. 7년 동안 1050원이 올랐다. 연장근무, 야간근무를 해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40만원 남짓이다. 그는 거의 달마다 70만원가량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상여금 등으로 메워 생활을 유지한다. 200만원 남짓한 돈으로 세 식구 생활을 꾸려가는 셈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이씨의 월급은 200만원이 된다. 

올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아무개(37)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김씨의 집안 형편도 어려워졌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 공장에 곧장 취업했다.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씨가 공장 근무를 그만두고 대형마트에 취업한 이유다. “화려하고 깔끔한 대형마트는 저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거라 믿었습니다.”

 

   
▲ 홈플러스노동조합, 이마트노동조합, 동원 F&B 노동조합,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김씨가 가졌던 희망은 10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 8시간 근무로 김씨가 받는 월급은 110만원 남짓이다. 김씨는 이를 나이 드신 부모님 생활비, 공과금, 대출 이자, 생활비 등으로 쪼개서 쓴다. 저축은커녕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지난 4년간 쉬지 않고 야간근무를 했다. 그렇게 해서 추가로 받는 돈이 한 달 10만원 남짓이다. 

그러다보니 37살이 됐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해봤다.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했다. “노부모님 봉양하면서 독신으로 살려다 지금의 예비남편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습니다.” 김씨는 올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결혼 준비도 만만치 않다. 결혼 후 출산과 육아도 걱정이 앞선다. “밑바닥 임금으로 17년, 그 임금이 저의 가치를 저평가해왔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김씨와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곧 월급인 노동자는 500만에서 600만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다수가 여성과 서비스직, 비정규직, 청소년,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도 220만에 이른다. 이들이 2016년 최저임금 결정에 즈음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홈플러스노동조합, 이마트노동조합, 동원 F&B 노동조합,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10년을 일해도 100만원, 이 기막힌 현실을 바꾸고자 외치는 여성 마트노동자들의 절규가 헛된 요구라고 누가 말할 수 있냐”며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의 최저임금은 제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참여하고 있는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오죽하면 다보스 포럼에서도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임금인상을 이야기하는데 한국만 역주행 중”이라며 비판했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2016년 최저임금을 논의중이다. 오는 29일까지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고용노동부가 8월 5일 이를 확정해 고시하게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