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감염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폐쇄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일부 병동 폐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8일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이 자진해서 스스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응급실 뿐 아니라 35번 감염환자 의사가 호흡기 내과를 회진했던 동선과 함께 접촉자를 전수조사하고 의사가 감염매개체가 됐는데 회진 동선에 포함된 병동 정도는 바운더리(경계)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모두 34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최초 감염 환자가 머물던 평택성모병원을 뛰어넘어 제2의 메르스 감염 진원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측은 응급실을 폐쇄했을 뿐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14번 환자를 받았지만 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뒤늦게 인지했고 접촉을 통한 추가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유 위원장은 "평택성모병원 등 오염된 병원이 대부분 휴진 상태로 사실상 돌입했다. 진료를 보는 유일한 곳이 삼성병원이다. 적어도 일정 정도 통제된 부분(감염지역 의심 병동) 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확진 환자 집계 현황에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진자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은폐‧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특히 14번 메르스 환자를 인지한 이후에도 접촉 의료진에 대한 조치를 늦춘 정황이 나오면서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유 위원장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의료계에선 응급실 수가가 낮고 투자 지원하지 않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이전에도 흘러나왔다. 메르스 사태 초기엔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으라는 제보도 들어왔다. 의료기관으로서 도덕성과 사명 이런 것들을 망각하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발병 제2진원지로 떠오른 것은 정부가 의료 병원 간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온 환자의 상태를 보고 메르스로 의심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병원에 메르스 확진자가 있느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비공개라며 알려주지 않았고 지정병원으로까지 옮기겠다고 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한 특정 병원이 메르스 환자 병원이라고 SNS를 통해 삽시간 퍼져 나갔던 것도 질병관리본부에서 뒤늦게 확진 판결을 받은 환자를 옮기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병원을 찾으면서 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불안감에 소문을 퍼뜨리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최대 감염 발생국(8일 기준 87명 확진 / 6명 사망)이 된 것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안이한 판단, 비공개 비밀주의 원칙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 위원장은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창궐했다. 미리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때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을 가라고 하고 중동 환자 해외 유치 전략 등 언발런스한 정책을 펼쳤다"며 "우리나라 첫번째 메르스 환자는 바레인을 갔다 왔다고 했는데 발생국가로 잡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까지 폭넓게 메르스 발병 대상으로 잡았다. 개미새끼 한마리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다고 했는데 환자는 다 빠져 나가면서 방역망이 똟렸다"고 진단했다.

   
▲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사스와 비교해 현재 병원의 시설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사스 사태 이후 17개 국가 지정병원이 생겼고 105개 병원에 음압격리병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에볼라 사태 때 추가적인 격리 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환자가 발생되지 않으면서 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 위원장은 “당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고 주장하며 시설 확충을 요구했는데 다행히 소를 잃지 않았지만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며 "음압병상뿐 아니라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시설을 공공의료기관에서 갖춰야 하는데 선진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적어도 국립중앙병원과 광역거점 국립대 병원, 지방 의료원 등 공공병원에서 음압격리병상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체 병상수 중 공공병원 병상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10% 미만이다. 유럽의 경우 90% 수준이고, 영리병원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도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공공병상만 30% 수준이었다면 이에 따른 장비도 충분했을 것인데 인프라가 없으니까 민간병원에 사정해서 환자를 받아달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수익성 의료 민영화 정책이 공공의료를 약화했고 현재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폐쇄한 진주 의료원이 대표적이다. 최근 경남 사천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했지만 해당 지역에 음압격리병상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런데 폐쇄된 진주 의료원에 음압시설이 갖춰져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홍준표 지사의 진주 의료원 폐쇄가 효율성만을 따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경남도는 진주 의료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도청 서부청사 기공식을 16일 열기로 했지만 연기시켰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의 열악한 현실도 드러났다. 메르스와 같은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내과 전문의 인력이 필수적인데 소위 돈벌이가 되지 않는 분야라서 투자 지원이 부족해 현재 전국 150명 안팎의 전문의가 전부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후생성 산하에 평상시에는 운영하지 않은 감염전문병원을 설치해놓고 메르스 같은 질병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으로 파견을 보내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메뉴얼을 짜고 있다. 

유지현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선 치료 시설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건강을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서 국방예산을 쓰듯이 준비를 해놔야 하는데 돈 벌이가 안 되는 곳은 문을 닫으라고 하고 폐업 시키고 장비를 주지 않으면서 이런 사태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메르스 감염이 보호자, 방문자, 의료진까지 확산된 것도 좁은 공간의 다인실 병동, 보호자 상주 등 현재 한국 병원의 구조와 병원 문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싼 의료 개념인 1인 1실을 환자 존중 차원과 질병 확산 방지 차원의 개념으로 바꿔 투자를 아끼지 말고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의료 민영화 정책이 공공의료를 약화시키고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진단이다. 하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혀 메르스 사태 원인의 한 축인 의료 민영화 정책에 기름을 끼얹었다. 원격진료 시스템은 의료 민영화 정책의 핵심 분야에 해당된다. 

유 위원장은 "메르스로 확진하기 까지는 의료진의 검사가 필요하다. 인후두 검사나 가래를 뱉어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누구든지 의료진과 접촉을 해야 한다. 유 대표의 발상이 기가 막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초기 사태 때부터 메르스 발생병원과 발생지역 명단을 공개하고 메르스 최초환자 접촉자와 2차 감염자 접촉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자 ‘메르스 상황판’을 만들어 보건의료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7일 뒤늦게 24개 병원을 공개하면서 정보 비공개로 인해 메르스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사실상 수용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하지만 정부가 추가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골든 타임을 놓친 뒷북 행정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틀린 병원명도 나왔고 이동 경로도 나와 있지 않다. 핵심은 감염 환자가 거쳐 간 병원만 발표했는데 치료 중인 병원도 발표를 해야 한다. 치료 중인 병원도, 확진 병원도 잘 하고 있다고 안심하라는 차원에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지역감염 수준이 아니라며 메르스 대응 수준을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시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3차 감염자와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문 장관은 또다시 3차 감염의 윗단계인 지역감염은 없을 것이라며 메르스 대응 수준 격상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방역 시스템은 항상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3차 감염이 발생되면 지역 감염을 준비해야 한다. 과잉대응이라고 할 정도로 준비를 해줘야 빠져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대응 수준이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는 컨트롤 타워를 사실상 청와대가 맡게 된다. 일례로 군 인력을 투입해 의료진을 보충하고 방역에 동원할 수 있다. 검사 시스템에 필요한 긴급 예산도 투입할 수 있다. 

유 위원장은 메르스 대응 수준 격상과 더불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메르스 상황이 진행 중이지만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 복지부 장관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문 장관은 보건복지 전문가가 아닌 경제 전문가로 건강 문제를 비용으로 접근하고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메르스 대응 실패는 예견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예정돼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일정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적 비상사태 속 정부 책임이 제기된 가운데 박 대통령이 계획대로 미국을 방문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나온다. 

유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한 일은 메르스 사태 발생 17일 만에 국립중앙의료원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고 끝이다"라며 "메르스 대응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방미를 취소하고 국가 재난사태를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1주기 때도 외유를 하더니 방미가 누구를 위한 외교인지 무엇을 위한 방미인지 알 수가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감염 경로와 관련해 병원 내부 환기구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병원에서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빠른 이유에 대해 "분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병원에서 공기가 나가고 공조기를 통해 다시 순환하는 시스템 하에서 감염자가 발생될 가능성도 보고 있다"며 "병원 내 공기를 정화 시켜서 뿌려야 하는데(정화되지 못하고) 에어컨 같은 곳에 뿌려지면서  균이 전체 병실에 퍼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지역거점 공공병원 관계자와 얘기한 결과 공기를 모아서 일정부분 멸균을 하고 재배포시키는 것이 환기 시스템인데 현재는 불고기 식당 수준으로 환풍기 하나 단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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