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가 ‘사이비언론’ 탓할 자격이 되나
조선·동아가 ‘사이비언론’ 탓할 자격이 되나
[뉴스분석] 루머 퍼뜨리고 죽음으로 이슈 어뷰징… 어뷰징 1등신문, 고양이에게 생선을?

<네이버, 다음카카오 함께 ‘사이비 언론 퇴출’추진> 조선일보 5월 28일 기사 
<악의적 기사 올려놓고 돈 요구... 광고주 86% 피해 경험> 동아일보 5월 29일 기사
<네이버ㆍ다음 사이비언론 정리계획 정부도 거들어야> 매일경제 5월 29일 사설

보수신문이 ‘사이비언론’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독립적으로 포털뉴스를 관리하는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직후부터다. ‘사이비언론’이란 기업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 보도를 한 다음 광고를 요구하는 언론을 말한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위원회 설립 이유를 ‘어뷰징’과 ‘사이비언론’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밝혔음에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사이비언론’ 문제만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자사 혹은 계열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자사의 허물은 감추고 남의 문제점만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어뷰징 기사야 말로 ‘사이비언론’ 못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음은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이들 언론의 어뷰징 사례 8가지다. 

1. 성현아 성매매 재판 보도에 가족 근황은 왜?

지난해 탤런트인 성현아의 성매매 사건 공판 당시 이들 언론은 신상털기식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은 공판일 하루에만 70건의 관련 기사를 썼다. 

이들 언론은 성현아 본인과 가족의 인적사항이나 근황을 언급하는 등 사생활 침해성 보도를 이어갔다. 매일경제는 <성현아 유죄 판결, ‘출산한지 얼마 안됐을때…’ 충격!>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성현아, 남편과 별거에 생활고까지…“명품백 팔아 변호사 선임”>, MBN은 <성현아, 성매매 혐의 200만원 구형, 남편은 뭐하나 했더니…연락 두절>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들 언론은 해당 기사에서 노출 수위가 높은 성현아의 사진을 써 비판받기도 했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어뷰징 행태는 비일비재하다. 유명인이 화제가 돼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 해당 인물 및 관련 인물, 연관 내용 등을 마구잡이로 기사화하는 식이다. 김연아 열애설이 불거졌을 당시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은 175건, 동아일보는 139건, 매일경제는 94건의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적지 않은 기사가 김원중 선수의 아버지나 형제의 직업 등 신상에 관한 것이었다.

   
▲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MBN 온라인 사이트의 성현아 성매매 사건 관련 어뷰징 기사.
 

2. 죽음마저 팔아먹는 어뷰징

이들 언론은 ‘죽음’마저 장사에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3월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숨을 거뒀다. 조선닷컴은 이날 15개의 자극적인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주로 초등학생 아들이 최초 발견자라는 사실을 제목에 담았다. 조선닷컴은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자택서 목매 숨져…9살 아들이 발견 “충격”>,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자살, 더 충격적인 이유…“9살 아들이 최초 발견자!”>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MBN은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9살 아들이 시신 발견…“자살은 미친 짓” 발언 눈길>이란 기사를 썼다. 고인이 생전에 썼던 글을 그의 자살과 연결짓는 낚시성 기사였다.

지난해 3월 SBS ‘짝’ 출연자가 자살했을 때도 언론은 자극적인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 이력이 있다. 당시 조선닷컴과 스포츠조선에만 120개 가량의 기사가 올라왔는데, 대체로 부적절한 네티즌 반응을 담았다. 고인을 모욕하는 내용이자 유족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짝, 여성 출연자 죽음에 시청자 게시판에 “민폐 쩐다, 집에 가서 죽던가”>, <짝, 애정촌에서 여자 출연자 목 매 사망…시청자 “민폐 쩐다”> 등이다. 

   
▲ 지난해 3월 SBS '짝' 출연자 자살 직후 조선닷컴의 어뷰징 기사.
 

3. 세월호 참사 때 ‘대형오보’직후 ‘보험사’ 드립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언론은 어김없이 어뷰징 장사를 시작했다. MBN은 참사 당일 <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는 어떤 배? 수학여행단, 등산동호회에 인기>를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의 ‘네티즌 반응’도 부적절했다. 어뷰징 기사에서 네티즌 반응은 기사가 ‘정확도’ 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검색어를 반복해 쓰는 용도로 실제 네티즌 반응을 쓰는 게 아니다. 당시 조선닷컴이 만들어낸 네티즌 반응에는 도를 넘은 내용이 많았다. “세월호 보험 소식에 네티즌들은 ‘세월호 보험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 보험 여행자 보험의 중요성을 느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던 때 언론은 전원구조라는 대형오보를 낸 직후, 이 같은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이후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단원고 교감의 자살 소식도 ‘제목 장사’에 활용됐다. MBN은 <엑소 앨범 발매 연기…“단원고 교감 자살”>이라는 제목으로 아무 관련 없는 두 인기 검색어를 묶은 낚시 기사를 선보였다. 

   
▲ 세월호 참사 당일 조선닷컴 보도.
 

4. 루머? 오보? 확인 없이 기사부터

지난해 2월 ‘228대란’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통신3사가 영업정지 제재를 목전에 둔 2월 28일, 거액의 휴대폰 보조금을 살포한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이 의혹은 실시간검색어에 올랐고, 언론이 가세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면서 확대재생산 됐다. 

동아일보는 <228대란, 막대한 보조금 투하로 고객 확보… “일명 ‘제로섬 게임’”>기사를, MBN은 <228 대란, 오늘 놓치면 휴대폰 구입 불가능? “어디서 사야해?”>, <228대란, 뭔가 했더니…“이렇게 저렴해도 되는 거야?” 대박!>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려야 할 언론이 외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린 셈이다.

IS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진 김군에 대한 추측성 보도도 쏟아졌다. 지난 2월 정부는 김군이 IS에서 훈련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기사가 양산됐다. 조선닷컴만 37개의 기사를 썼다. <터키 잠적 김군 IS 훈련, “돌려보내 달라” 요청도 거절… 이제 어떻게 되나?>, <터키 잠적 김군 IS 훈련, 설마 태권도 사범?>, <국정원 “터키 잠적 김군 IS 훈련받고 있어”.. 네티즌들 “대단한 놈일세”> 등이다.

5. 기사 도둑질? ‘불펌’ 어뷰징

이들 언론은 ‘도둑질’도 했다. 지난해 10월 경남도민일보가 사투리로 안내멘트를 하는 여승무원의 영상을 자사 유투브 계정에 올리자 언론이 ‘불펌’에 나섰다. MBN은 <독특한 승무원 안내방송 “지지배들…못 알아 듣드라구예” 무슨 일?> 등을, 동아일보는 <독특한 승무원 안내방송 ‘화제’…“지지배들이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MBN은 11개, 동아일보는 10개나 쏟아냈다.

이 많은 기사 중 출처를 제대로 표기한 곳은 없었다. 지난해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미디어오늘 기고를 통해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디에도 원 기사의 출처는 없었다. 그냥 ‘유튜브 영상 캡처’로 끝이었다”면서 “‘어뷰징’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단어 말고, ‘쓰레기 기사’라고 확실히 불러주자”고 비판하기도 했다.

6. 어뷰징의 새 지평, 조선닷컴의 ‘익명 훈계’

2013년 12월, 고려대 주현우 학생이 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화제가 됐다. 철도노조 파업 등 사회현안에 관심 갖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조선닷컴은 대자보의 내용을 반박하는 기사를 9건이나 썼다. 모두 대동소이한 내용의 어뷰징 기사였다. <‛안녕들하십니까’, 논리도 팩트도 부실한데…“집회 먼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이런 글에 몰리는 대학생들> 등이 관련 기사다. 모두 주현우 학생의 대자보가 팩트가 틀렸고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는 내용이다. 정작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진보신당 당원의 일방적 선동문이 뜬 까닭은?>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등 심각한 논리적 비약을 선보인 쪽은 조선닷컴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현우 학생이 ‘현우’라는 실명으로 대자보를 쓴 반면 조선닷컴은 바이라인을 제대로 달지 않은 익명의 기사로 훈계했다는 점이다.

   
▲ 2013년 12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화제가 되자 조선닷컴은 대자보 내용을 비판하는 익명의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7. ‘이창근’은 어쩌다 ‘이창극’이 됐을까

MBN, 매일경제, 스포츠조선, 동아일보 등의 언론이 지난해 12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이름을 ‘이창극’으로 잘못 쓴 기사를 쏟아냈다.

가수 이효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되면 돈을 받지 않고 CF를 찍겠다고 밝혀 관련 내용이 기사화 되는 과정에서 오타가 퍼졌다. 한 언론이 ‘이창근’을 ‘이창극’으로 오타를 냈고, 이를 베껴 쓴 다른 언론들이 오타를 바로잡지 못해 ‘이창극’이라고 쓴 기사를 양산한 것이다. 이는 언론이 다른 언론의 기사를 베껴 어뷰징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례였다.

당시 이창근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70미터 굴뚝에 올라 사랑하는 벙어리 장갑 한 짝 바람에 잃어버릴때도 이렇게 서럽지는 않았는데, 이름을 잃어버리다니 이 무슨 참극이란 말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8. 설마 이것마저? 유체이탈 어뷰징

지난 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사이비언론’과 ‘어뷰징’을 막기 위해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닷컴, 동아일보, MBN은 이 기사마저도 어뷰징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 2건, 동아 5건, MBN 6건이다. 

조선은 기사에서 “어뷰징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기사를 내용만 조금씩 바꿔 반복적으로 게재해 포털 검색에 많이 노출되게 하는 행위다. 기사가 많이 노출되고 사이트 방문자가 많아지면 광고 단가도 높아지기 때문에 어뷰징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유체이탈을 선보이기도 했다. 

   
▲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어뷰징 방지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조선닷컴의 어뷰징 기사.
 

물론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인터넷 사이트 뿐 아니라 다른 언론들도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와 그 계열사가 어뷰징을 유독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사회의 주류언론이자 ‘사이비언론 척결’을 외치는 언론임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어뷰징 행위는 더더욱 부적절하다. 이들 언론이 ‘사이비언론’ 비판 기사를 쓰기 전에 ‘반성문’부터 쓰는 게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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