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선 사실상 공기업 민영화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내용은 4개 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48개 기관의 유사 중복 기능을 재배치하고 핵심 업무 이외의 공공부문은 민간자본에 문호를 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공사, LH, 농어촌공사, 지적공사, 관광공사, 등이 조직축소 내지는 중복기능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철도공사와 수자원공사에 대한 로드맵이다. 27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를 여객, 물류, 차량정비, 유지보수 등 4개로 분리해 여객을 제외한 부문들에 책임사업부제를 도입하고 2017년부터 자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보조금 입찰제를 통해 적자노선에 신규운영자를 선정하고 경정비와 유지보수 분야 아웃소싱도 명시했다. 정부는 이미 코레일의 철도 노선 일부의 운영권을 민간자본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성남~여주, 부전~일광 노선은 이미 사업자 공모를 마친 상태다.

철도 민영화는 민영화를 시행했던 국가들에서 민간자본의 부실운영, 투자 회피로 대규모 사상사고를 초래한 후 재국유화되는 추세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에선 1990년 철도 민영화를 시작한 이후 크고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다가 결국 2012년 51명이 사망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철도 참사로 이어진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철도 참사 이후 아르헨티나에선 전면적이 철도 재국유화가 시작되어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도 1994년 철도 민영화 이후 철도 요금이 2배 이상 폭등하고 철도사고가 급증(1994년 997건~1997년 1700여건)하다가 1999년에는 패딩턴역 부근에서 31명의 사망자를 낸 열차충돌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선 철도를 재국유화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3개 부문의 자회사 전환은 여객부문을 제외한 철도산업에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 성남~여주 구간 등 일부 노선의 운영권 매각은 이미 부분적인 철도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부가 추진하는 3개 부문의 자회사 전환은 여객부문을 제외한 철도산업에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다.
 

철도노조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가 “SOC건설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공공부문의 각종 사업 및 유지보수와 같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던 재벌기업에 선물보따리를 알아서 내어주는 것”이라며 “열차안전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 민영화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3년 6월의 철도파업부터 2013년 수서발 KTX와 관련한 23일간의 철도노조 파업까지 노정간의 오랜 쟁점이었다. 

세계 180개 도시에선 물산업 '재공영화' 하는데 

물 민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관련 다목적 댐 및 광역 상수도 관련 신규투자를 축소하고 노후 수도관 개량 및 복선화 등 시설 유지를 위한 투자에 주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요컨대 댐에 대한 신규 투자 등 원수에 대한 관리를 축소하고 지자체의 사업 위탁과 관련이 있는 관 교체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물 민영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진행되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 민영화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2008년 촛불시위 정국에서였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물산업지원법’의 입법예고를 6월 4일로 잡아놓고 있었는데 쇠고기 고시 연기 발표가 난 지 하루 뒤인 이날 결국 입법예고는 취소되었다. 서울에서만 40만명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MB정권의 지지율이 폭락하던 때였고,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수도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입법예고가 철회된 것과 달리, 물밑에서는 164개 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 있는 상하수도 사업을 39개로 통합(2030년까지 5개 사업자로 대형화)하고 민간기업 참여시 부가가치세를 감면한다는 등의 조치들이 추진됐었다. 

   
▲ 2010년부터 2014년까지만 캐나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 총 180개 도시에서 물 민영화 철회와 재공영화가 이뤄졌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2008년과 비교해보면 2015년 현재 물 민영화는 상당부분 진척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초국적 물기업인 베올리아(Veolia), 포스코 등이 관련 산업에 진출해있다. 베올리아는 인천시와 상수도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맺었다가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경주시 관망 최적화 사업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물 민영화의 핵심인 상수도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 민영화 역시 프랑스와 미국 디트로이트주 및 루이지애나, 중국 등에서 요금 폭등과 수질오염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만 캐나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 총 180개 도시에서 민영화 철회와 재공영화가 이뤄진바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오성희 정책부장은 “수자원공사의 본래 업무가 댐관리와 수질관리인데 관망교체에만 주력한다는 것은 5대 물기업 육성에 최종 목표를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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