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은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이 이를 수용해 법제화할 경우 노인복지 부문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대한노인회(회장 이심)가 정기이사회에서 현재 노인 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점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노인회는 100세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65세부터 노인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노인회에 따르면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을 기념해 노인회를 방문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노인회가 앞장서 이 사안의 공론화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날 이사회에서 노인나이 상향조정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전했고, 문 장관은 “사회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장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7일 “새누리당은 대한노인회의 구국을 위한 결단에 고개 숙여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국가정책의 틀을 다시 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제안을 대한노인회 이사회 분들이 해주신 데에 대해서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이런 제안을 수용할 경우 노인복지에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과 박물관, 공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료 이용 기준이 바뀌고 만 65세 이상으로 설정된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도 변화한다. 

그러나 노인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높여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노인빈곤율(상대빈곤율)은 48.1%에 달한다. 2006년 42.8%, 2013년 48.1%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처분 소득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노인인구 비율(2013년 기준)은 35.6%에 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71호 ‘복지 ISSUE & FOCUS’  참조)

   
▲ 노인세대의 빈곤추이.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 ISSUE & FOCUS' 272호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기상조다. 노인빈곤, 노인자살이 세계1위다.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한다”며 “기초연금 급여도 너무 낮은 상황이라 급여도 올리고 30만 밖에 되지 않는 노인일자리도 100만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처장은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사교육비, 보육 대책도 필요하다. 이런 점들이 개선됐을 때 노인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에게 ‘70세 되기 전에 다 죽어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년이 60세에 끝난다는 점도 문제다. 60세에 은퇴하면 노인복지를 받는 70세까지 공백이 10년이나 되기 때문이다. 고 처장은 “정년이 60세라해도 그것은 공공기관이나 지키지 민간기업에서는 대부분 60세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다. 55세에 그만두면 보통 남성들은 경비, 여성들은 청소 일을 하는데 이것도 65세 되면 못한다”며 “결국 기초연금이나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의존해야 하는데 70세로 상향하면 이것도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중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5월 KBS 파노라마에서 조사한 고독사의 발생연령대 비율에 따르면 50대가 29.0%로 17.7%인 60대보다 높았다.

   
▲ 2014년 5월 22일 방송된 KBS 파노라마 '실태보고 한국인의 고독사 1편' 갈무리.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중노인들은 노인계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목도 못 받고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인데, 노인연령을 높이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노인이 몇 살부터인지 개념을 따질 게 아니라 생계능력을 잃고 노동시장에서 쫓겨난 이들에 대한 복지라는 차원에서 노인복지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노인회의 이런 제안이 낳을 정치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및 공적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상향 제안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조선일보는 28일 8면 기사 <老人들이 먼저 "복지 기득권 내려놓자"… 선진국서도 유례없는 일>에서 “국민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노인들이 국가 재정을 걱정해 노인 나이를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추겠다고 한 반면, 공무원연금은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노조는 50대에 연금 받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현종 사무처장은 “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논의가 나오는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노인들도 감수하니 공무원과 국민도 감수해라, 국가재정 어렵다는 식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며 “대한노인회가 정치적인 효과를 노린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고 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복지공약을 축소하고 있다. 지금은 무작정 국가재정을 이해하고 노인들이 뼈를 깎겠다고 할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5월 28일자 조선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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