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벌인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에 대해 청구된 10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판단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조영호 판사는 지난 12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남명기업이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3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해당 하청업체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과 해당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조 판사는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인 현대차라고 밝혔다. 제출된 증거들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소속 노동자이거나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가 이들을 고용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조 판사는 해당업체와 노동자들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의 사용자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지난해 2월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비정규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해당 파업이 불법행위라는 것에 대해 조 판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현대차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자 이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하였다”며  “이러한 쟁의행위에 노동자들이 노조원으로 참여하였다고 해도 이를 불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하청업체의 주장을 모두 부정한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에 대해 청구된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들은 파업과 관련해 10여건의 손배 소송에 걸려있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손해배상청구 기각뿐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를 현대차로 본 것,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의를 하는 것을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제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사용자로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은 불법이 아닌 정당한 쟁의행위이므로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쟁의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파업을 벌였다. 그러자 해당업체는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하던 기존 관행을 거부하고 현대차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불법적인 파업 및 집단적 근로거부를 했다”며 “대체인력 고용 및 추가 연장근무 비용지출 등으로 4300여만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던 때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던 최병승씨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시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최씨에 대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잇따라 ‘진짜 사용자’를 가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법원은 총6차례에 걸쳐 이들이 현대차 정규직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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