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유승준 씨가 19일 대중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병역기피로 최정상급 스타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병역기피자 중 유일하게 국가가 입국을 거부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날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국민 여러분과 법무부장관, 병무청장, 출입국관리소장, 병역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물의를 일으키고 허탈하게 만들어드린 점”을 “사죄”했습니다. 그는 방송 내내 “이렇게까지 큰 물의를 일으킬지 몰랐다”며 수차례 사과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대중은 그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가 ‘군대에 가려는 건실한 청년’ 이미지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입대를 앞두고 갑작스런 출국과 미국 영주권 취득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방식에 더욱 분노했습니다. 즉 ‘국민들을 속였다’는 것이지요.

그는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내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의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그가 슈퍼스타였던 만큼, 그의 입대여부는 사회적 관심이 높았습니다. 때문에 ‘몰랐다’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입국거부는 과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계와 재계의 수많은 병역기피 혐의자들은 조사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 19일 아프리카TV를 통해 심경을 밝힌 유승준 씨
 

이번 유승준 씨의 인터뷰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크게 위의 두 갈래로 나뉩니다. 트위터에서는 “병역 기피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대중 정서를 거스른 부분은 그가 평소 쌓은 이미지와 완전 다른 행동을 했다는 것”, “분단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이기에 말로 하는 사과로는 안 되는 것”, “입국금지를 풀어주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군대를 안 가서가 아니라 입대를 앞두고 병무청 직원의 보증을 받고 일본 콘서트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도주하여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반면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 중에서는 “그의 발언을 믿을 수 없지만 아직도 입국불허가 된다는 게 너무도 과한 것이다. 국가는 이제 신경 껐으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일 경우에는 수용하는게 좋다고 본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승준만 군문제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했을까 아예 법으로 군 회피를 위해 외국국적 취득자는 국내 입국을 불허하는 법을 만들자 아마 공위 공직자 자식들 많이 있을 것이다”, “유승준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바늘구멍의 틈도 없이 단호하다. 공감한다. 다만, 이명박 그리고 비서실장 총리 국정원장 감사원장 법무 재경 국토 지경 환경부 장관 등, 면제 정권을 만들어주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헷갈릴 뿐”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유승준 씨의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연 홍보대사 외에는 다른 어떤 홍보대사로 활동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군대문제에 대해서 기사가 나오게 된 시초가 (중략) 그런데 옆에서 누군가 튀어 나왔습니다. 기자분이었는데, 그 기자가 ‘승준이 요새 잘나가나. 체격도 좋은데 군대 가야지’라고 하셔서 ‘네 가야죠’라고 했더니 ‘머리도 짧고, 체격도 좋은데 해병대 가야지’라고 해서 ‘그것도 좋네요’ 했더니, 다음날 해당 신문 1면에 박찬호와 유승준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기로 했다고 나왔습니다”

“조용필 선생님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허리가 다쳤습니다. (중략) 신체적으로 어떤 문제도 안느껴져 ‘수술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 ‘지금 안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가 ‘연예가중계’에 나가서 곧바로 ‘병역기피 의혹’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미디어에서 자꾸만 ‘군대를 빼기 위해 수술을 받았냐’라고 말하니 ‘아닙니다. 군대에 갈 것입니다’라고 더 말하게 된 것입니다”, “한 번도 보도국 기자들을 만난 적이 없는데, 무섭게 말하시더라고요. ‘빨리 심경을 말해라’, ‘시민권을 취득한 것에 대해 밝혀라’며 다그치듯이 말하고, 카메라가 없을 때는 반말도 하셨습니다. (중략) 그런데 그 이야기가 끝나고 그 분들이 다 사인 받아 가셨다”

유승준 씨의 말만 믿고 위의 일이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위와 같은 취재‧보도행태는 왠지 많이 익숙합니다. 쓰고 싶은 말을 취조하듯 물어보고, 그 말이 나오면 부각시키고,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취재경쟁 속에서 폭력적인 말과 행동이 나옵니다. 모두 한국 언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그 대상이 정‧재계 등 권력이 아닌 연예인이나 기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유승준 씨의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도 언론일지 모릅니다. 물론 유승준 씨 역시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했지요, 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났고 그는 병역기피자 중 유일하게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 ‘역적’을 만든 것 또한 언론일지도 모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자들은 문제”라는 비판이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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