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안산분향소를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분향소를 찾은 이완구 국무총리는 유가족의 시행령 폐기 요구와 함께 강한 항의를 받았다. 

문 대표는 이날 분향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또 대통령도 계속 아무런 조치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이 좀 더 강력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우리 당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수 3분의 1이 동의하면 제출이 가능하고 재적 의원수 과반수 참석에 절반이 의결하면 통과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해임건의안 제출만으로도 이 총리는 상당한 자진 사퇴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또한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이 잡혀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외로 나서는데 발목을 잡고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어야 하는 유족들의 아픔 도 보듬어줘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해외를 나선다는 게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또 하나는 성완종 리스트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다. 지금 총리는 식물총리가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식물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맡기고 해외로 나가는 게 역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논란과 인양 문제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 1년이 됐는데 우리는 아직 진실 규명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마저도 정쟁처럼 왜곡되고 있다. 인양 원칙이 천명되지 않았고 (정부 시행령이)특별법의 취지가 위반돼 오히려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표가 분향소를 방문하기 전 오전 8시 45분경 이완구 국무총리도 전격 방문했다. 수십분 전까지도 이 총리의 안산 분향소 방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총리의 방문에 유가족은 강한 항의를 표시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대표는 "국민과 함께 한 약속을 어떻게 책임지겠다 약속을 하고 조문하라"며 이 총리 일행을 가로 막았다. 앞서 세월호 유족은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선언과 인양 발표를 하지 않을 경우 이날 추모식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이완구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방문했다 희생자 가족의 강력한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 총리는 "미흡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 유가족과 마음을 함께하고 있다"며 "시행령은 지난 9일 차관회의 연기를 지시해 유가족의 의견을 담아 검토하라고 지시 검토 중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여러분 생각이 반영되도록 보완 수정할 것"이라며 유족의 항의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총리의 소신을 말하고 결과물을 가져오라며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전명선 위원장은 "총리는 2인자다. 소신을 왜 얘기 못하나, 시행령 특별조사위안으로 (시행령을)수정하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하지만 "총리가 개인적 생각이 있어도 말씀 못하는 것을 여러분이 이해해달라"며 "울고 싶어도 못 울고 웃고 싶어도 못 웃는 게 총리다. 인양도 나라에는 법과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분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일년 내내 똑같은 얘기만 듣고 있다"며 분향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 총리는 15분 동안 유족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분향을 끝내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앞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지난 2013년 4월 4일 선거사무실에서 만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자신을 수행했던 운전기사도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당일 사무실에서 독대한 것으로 봤다고 증언한 보도가 나오면서 거짓말 논란에 또다시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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