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집단이 점점 보수화하고 있다. 기자 집단의 보수화는 언론의 보수화, 주류담론의 보수화를 뜻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3년 실시한 이념척도조사(가장 진보 0점, 중도 5점, 가장 보수 10점 기준)에서 기자들은 평균 5.54점을 기록했다. 2007년과 2009년 같은 조사에서 기자들의 이념점수는 4.58점으로 중도 진보 성향이었다. 4년 만에 중도 보수로 이동한 것이다.

매체 유형별로 보면 경제지가 5.65점이었고 지상파3사는 5.39점을 나타냈다. 종합일간지가 5.54점이었고 언론사닷컴(닷컴신문)의 경우 6.12점을 나타냈지만 인터넷신문사는 5.18점을 나타냈다. 뉴스통신사는 5.40점이었다. 2007년의 경우 인터넷신문사는 3.87점, 지상파3사는 4.55점, 경제지는 4.91점, 종합일간지는 4.42점이었다. 눈에 띄는 변화라 할 만하다.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했고, 신문의 위기는 가속화하는 가운데 광고를 노린 경제매체들이 우후죽순 창간됐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기성언론이 위축된 시기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언론사 자체의 이념척도 역시 2009년에는 5.64점으로 중도보수 성향이었으나 지금은 7.04점으로 더욱 보수화됐다. 기자도, 언론사도 보수화되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언론재단의 이념성향 조사가 현실의 기자성향을 정확히 반영하는데 적합한 조사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조사과정에서 질문 자체의 한계로 기자들 스스로 방어적 답변 또는 과잉 답변을 했을 가능도 있다. 진보성향의 기자들은 여전히 진보적인데 보수성향의 매체와 기자들이 양적으로 증가하며 이념 성향이 보수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수치가 제대로 조사된 결과라고 전제했을 경우 유의미한 해석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기본은 10점 만점에 3.5~4.5점이 바람직하다”며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인은 진보적인 사람에게 본래 맞는 직업이다. 체질적으로, 문화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평균보다는 진보적이어야 비판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춰보면 2009년까지는 기자집단이 이상적인 평균 이념점수를 보였으나 2013년 급격히 보수화됐다. 이유가 뭘까. 남재일 경북대 교수는 “논조는 진보적이지만 전통적인 객관저널리즘 규범에는 위배되는 정파적 보도에 대한 직업적 반발이 내재되어 있다가 드러난 것일 수 있다”고 전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일어나는 진보의 과잉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남재일 교수는 “뉴스산업에서 비판적 논조가 더 이상 상업성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탈정치적인 연예뉴스 등이 많이 등장하고 뉴스의 중심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기자들이 의기소침해지고 직업적인 의미로서 기자에 대한 체념 내지는 위축 등이 반영된 수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정부 및 지자체 광고를 순조롭게 받기 위해 언론사와 기자 스스로 보수적 담론에 동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1987년 민주화이후 학생운동세대가 1990년대 기자가 되었던 과거와 달리 학생운동의 종말 이후 취업경쟁에 매달리던 세대가 2000년대 기자가 되는 현재의 사회적 추세가 기자들의 보수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자집단의 보수화는 언론의 비판적사고가 전반적으로 위축됨을 의미하고, 진보적 담론의 축소를 의미한다. 기자집단의 미래가 보수화의 연속이라면, 사회적 정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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