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스무살 청년이 됩니다. 미디어오늘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미디어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대안 언론과 대항 언론으로서의 파이팅을 강화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미디어오늘 스페셜' 사이트를 오늘 선보입니다.

http://special.mediatoday.co.kr/

날마다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사라집니다. 사실 오늘의 기사는 어제의 기사의 연장선 위에 있고 오늘의 기사는 모레 나올 기사의 토대가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 환경에서 독자들은 파편화된 기사를 맥락 없이 소비합니다. 사실 푸쉬형 미디어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독자들은 이제 잘 포장된 9시 뉴스를 기다리지도 않고 정성스럽게 만든 종이신문을 펼쳐들지도 않습니다. 기사를 쏟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기사를 포장하고 어떻게 배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독자들에게 기사의 맥락을 읽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오늘의 기사는 어제의 기사를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어제의 기사는 일주일 전, 한 달 전 기사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올드 미디어는 여전히 푸쉬형 미디어의 프레임에 안주해 있죠. 그런데 위키백과나 리그베다위키에서 "세월호"를 한 번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류 언론은 이런 형식의 스토리텔링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사건을 쫓아가면서 새로운 기사를 쏟아내느라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에 어제의 기사나 일주일 전의 기사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사의 유통 기한이 6시간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이런 온라인 저널리즘 환경이 이슈를 왜곡시키거나 변질시킨다는 겁니다. 독자들은 기사를 꼼꼼히 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사안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맥락이 실종된 기사들이 온갖 어뷰징 기사에 뒤섞여 떠다니고 정작 진짜 읽어야 할 기사는 떠돌다가 사라집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만 애초에 뉴스의 편집과 유통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좀 더 근본적으로 이슈의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미디어오늘 스페셜'은 이른바 '맥락 뉴스'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BC의 흑역사" 섹션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MBC 뉴스데스크를 기다리지 않게 됐습니다. PD수첩이나 백분토론에 대한 기대나 갈증도 사라졌습니다. MBC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과연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MBC의 흑역사"는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꾸준히 새로운 어젠더를 중심으로 기사를 묶고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MBC가 바로 서는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무거운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될 겁니다.  

요즘은 너도나도 디지털 혁신을 외치지만 혁신의 출발은 결국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어떻게 잘 구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키백과를 만든 건 수많은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잉여력'이죠. 언론사에는 그런 잉여력이 없는 대신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 기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요. 미디어오늘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저널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여러가지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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