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논란 끝에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이사장 등 민간분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을 두고 위헌이라는 문제가 제기됐고, 법조계와 교원 단체에서 위헌 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법안의 최초 입안자인 김영란 전 위원장이 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분야 적용범위 확대 문제는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안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언론사와 사립학교 등으로 확대된 법안 내용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도 공직사회 반부패 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 단체 등을 포함하는 민간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 국회가 민간분야 일부를 포함시킨 것을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시행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공공성이 강한 민간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 침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국민의 약 70%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는 언론조사 결과를 보면, 과잉입법이나 비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이미 국공립학교 교원에 대한 규정을 준용토록 하고 있고, 사학비리가 만연한 현실을 볼 때 김영란 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공공기관이라 고 볼 수 없는 영역이고 금품 수수나 향응을 제공 받으면 징계가 받는다는 점에서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또한 언론인 법안 적용과 관련해 국가권력이 취재방법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부당하며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언제 적용하느냐의 시점의 문제일 뿐 이번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이 포함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분야를 추가하여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데 비하여 민간 분야에 대하여는 적용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을 악용해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컨대, 수사착수를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다든지 수사착수시 언론사에 사전통보 한다든지 하는 등의 장치"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에서 빠지거나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상 비판의 뜻을 밝혔다. 특히 원안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규정과 관련해 "장관이 자기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발주를 하는 등의 사익 추구를 금지시키고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처리하게 하는 것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사전에 방지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원안에서 빠진 것은 후퇴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대법원은 일단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따로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또한 그 금액이 아무리 적다하더라도 뇌물죄를 물을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결국 현행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이법에 의해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자신이 처음 제안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노컷뉴스
 

원안에 가족개념을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그리고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했는데 최종안에 가족 개념을 배우자로 축소하고 가족 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점도 아쉬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에는 없었지만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 조항으로 둔 것도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해석상 돌파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금품 등 수수 조항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예외조항으로 두면서 오히려 수사기관의 권한이 남용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세부 실무지침과 선례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짜 돈 봉투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면 법집행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에 대한 저항에 대한 자신의 소회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법에 대한 엄청난 저항세력은 사실은 우리 안의 부패 심리"라며 "관행적으로 일만 생기면 청탁전화 1통, 돈봉투 1장을 챙기던 우리들 자신의 부패한 습관이 바로 그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또한 "공직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을 둔 법이 아니다"며 "이 법은 '앞으로 공직자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돈 봉투를 가져다주면 그 사람도 처벌받으니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 하는 법이다. 공직자에게 거절과 사양의 명분이 되어주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법안 통과 이후 언론으로부터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청을 수없이 받았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저는 이 법의 최초 입안자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 법안은 공직자에게 청탁이나 금품제공을 하고자 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며 "이때 제가 나서서 발언을 자주 하면 저의 선입견으로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을 것을 염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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