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행자들은 대통령보다 힘이 세다. 국민의 의식,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막강한 파워를 지닌 직업이기때문이다. 그중 뉴스와 시사 등을 다루는 방송진행자들은 국민의 의식을 지배하고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방송법에 따라 늘 엄격한 공정성과 품격 등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채널수가 늘어나고 너도나도 방송진행자들을 자처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마주하는 불량, 저질, 불공정 방송진행자들도 양산되고 있다. 방송법으로 규정된 방송진행자의 품위를 위반하며 생방송중 막말을 하다 사과하는 방송진행자도 있고, 국회의원 떨어지니 다시 방송한다며 TV화면에 값싼 웃음을 흘리는 불량, 불공정 방송진행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방송진행자 일을 하면서도 특정보험회사 광고에 출연하여 홍보를 대행하는 자격미달 진행자들의 행렬도 멈추지않는다. 그렇다면 방송진행자들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최소한 5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날 현역 방송진행자들중 가장 신뢰받고 있는 손석희, 정관용 두 진행자는 바로 참고할만한 교과서로 추천한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왼쪽)과 정관용 평론가(오른쪽) ⓒ jtbc
 

첫째, 정직해야 한다. 손석희, 정관용 두 진행자가 오랫동안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먼저 정직한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적어도 정치권의 제의나 유혹에 흔들리지않으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그들의 사생활에서도 잡음이 들리지않는다. 방송 프로페션에 관한한 생활이 단순, 정직하다는 의미다. 인간적으로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수십년 동안 신뢰받기 위해 요구되는 방송진행자의 삶을 위해 정직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뢰는 정직을 전제로 한다.

둘째, 공정해야 한다. 방송진행자는 정직하기도, 공정하기도 쉽지않다.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니편, 내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정치권은 항상 불공정한 게임을 유도한다. 때로는 시청자 몰래 결탁하여 특정편을 옹호 혹은 반대한 결과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수석, 대변인 등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조선일보는 최근 “SBS가 홍보수석 배출기관 같다”는 정치권 반응을 전했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은 민경욱 전 KBS 앵커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보도전문채널인 YTN보도국장 출신이다. 방송진행자들은 공적으로 쌓아올린 신뢰의 이미지를 정치 권력과의 거래에 이용한다. 보이지않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거래자산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손, 정 두 진행자에게도 그런 유혹 내지 광고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특정 정파와 손을 잡거나 특정기업 광고에 출연한다는 그 자체가 불공정 방송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셋째, 소통력을 갖춰야 한다. 방송진행자의 소통력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세가지를 더 갖춰야 한다. 첫째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들의 전문용어, 어려운 표현 등을 재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정관용을 따라갈 진행자가 없을 정도다. 둘째 전문성을 갖춘 표현의 통제력이다. 방송진행자는 최초, 최후의 편집국장이 돼야 한다. 패널들에게 무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않는다. 특히 일방적 주장이나 모욕적 발언 등은 적절한 통제를 가해야하는 역할이 방송법에 따라 방송진행자에게 주어져있다. 방송이 나간 뒤에 정정이나 사과는 너무 늦다. 따라서 제대로 된 방송진행자는 방송시작부터 끝까지 패널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긴장해야 한다. 셋째, 방송진행자는 표현의 절제미를 갖춰야 한다. 진행자가 ‘기자를 향해 기레기’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소통력이 부족하다는 자기표현이다. 감정이 격해질 때 언어의 절제미는 사라진다. 흥분한 패널을 통제해야 할 방송진행자가 먼저 품격을 잃고 격한 용어를 사용할 때 방송은 저질로 전락한다.

넷째,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모든 방송진행자는 고위 공직자보다 더한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받고 있다. 방송진행자들은 고위 공직자들의 높은 윤리관외에도 두가지 더 철두철미해야 한다. 그것은 한치의 오차없는 시간관리와 건강관리다. 방송진행자들의 시간관리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어떤 합당한 이유도 변명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방송의 시간약속이다. 오랜 시간 무리없이 방송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철저한 시간관리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또한 아파서도 안된다. 가벼운 감기조차 허용하지않을 정도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잘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비판은 쉬워도 높은 평가는 어렵다. 일반인들도 이런 방송진행자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의 건강과 시간관리를 하고 있는가를 배워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진행자들은 책임감이 투철해야 한다. 모든 방송진행자들은 자기프로그램에 관한한 프로라고 자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평가는 시청자, 청취자, 프로그램 소비자들이 할 뿐이다. 시청자들은 방송진행자 한 사람 밖에 보지못하지만 그 너머에 작가, PD 등 모든 방송제작진이 함께 평가받는다. 따라서 방송진행자는 누구보다 자신의 프로그램 평가에 모든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다. ‘고함 지르는’ 방송진행자, ‘이상한 손 제스처’로 엉뚱한 주목을 받으려는 진행자 등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방송프로그램의 평가와 직결된다. 국회의원하다 다시 방송으로 돌아오는 정치방송꾼들은 언제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권력으로 뛰어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인물들이다. 방송진행자가 돋보이거나 주목받으려 몸부림 치는 것은 옳지않다. 패널들의 지식과 정보 등을 조화롭게 잘 풀어놓을 수 있도록 공정하게 진행하는 선에서 방송진행자들은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뢰할만한 방송진행자가 있다는 것은 국민의 복이다. 신뢰해왔는데 알고보니 특정정파와 한편이었던 방송진행자는 국민의 불행이다.

“진정한 재주는 교묘한 술수를 알지 못한다.”(채근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