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혼란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다. 비슷한 시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당 간 격차가 1%도 나지 않은 여론조사부터 20% 가까이 차이나는 여론조사가 공존한다.

리얼미터는 16-17일 실시한 2월 3주차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이완구 총리 국회 표결 후폭풍으로 인해 새누리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내로 근접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1주 전 대비 2.6%p 하락한 34.7%를 기록했고, 새정치연합은 2.0%p 상승한 33.8%를 기록, 양당 격차는 0.9%p로 좁혀졌다.

리얼미터는 “작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으로 공식 출범한 이래 가장 작은 격차고, 지지율로는 작년 6월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 후폭풍으로 35.0%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새정치연합은 고무됐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난 25일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이제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기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당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24일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야당이) 비판에 그치지 않고 경제정당으로 민생을 살리는 정당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지율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되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여의도연구원의 지난 토요일 2053명 대상의 조사에서 새누리당이 42.8%, 새정치민주연합이 23%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 싱크탱크다.

이후 여의도연구원은 기자들에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 자료를 보냈다. 여의도연구원이 2월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월 3주차 새누리당 지지율은 42.8%,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3.0%로 양당의 지지도 격차가 19.8%에 달했다.

   
▲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야당이 앞서나가는 여론조사 결과를 견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설 연휴 내내 리얼미터 여론조사로 야당 지지율이 여당과 근접하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그렇지 않은 결과가 있어서 보도자료를 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부분만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여론조사는 조사기간이 다르다. 리얼미터는 설 연휴 전인 16-17일 실시했고 여의도연구원은 설 연휴 이후인 21일에 실시했다. 설 연휴 이후 민심에 변화가 있던 걸까. 리얼미터가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9.5%, 새정치연합은 30.7%를 기록했다. 차이는 벌어졌으나 그래도 9%대다.

여론조사 문항의 차이는 적어 보인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 보통 부가설명 없이 ‘어느 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묻고 ‘1.새누리당 2.새정치연합 3. 기타’ 등의 선택지를 준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 관계자는 “자세한 문항은 공개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른 기관처럼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 묻고 ‘1번 새누리당 2번 새정치연합 3번 기타’라는 선택지를 준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문항의 위치가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당지지를 묻는 문항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조사 시 응답자들에게 다른 정책 및 시사이슈에 대해 질문한 뒤 정당 지지율을 묻는 반면, 리얼미터는 앞 부분에 정당 지지율에 대해 묻는다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당 지지도 문항이 후반부에 있을 경우 야권 지지율이 적게 잡힌다”며 “조사가 길어질수록 중도 탈락자들이 생기는데, 중도탈락자들은 통계에서 배제한다. 주로 야권 지지층 인 20-30대의 이탈율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정당 지지율을 질문하면 진영논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 지지를 뒤쪽에서 물어야한다는 의견이 있고, 아예 처음부터 정당 지지율을 물어야 더 솔직한 답이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며 “결국 여론조사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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