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위원장 이은철)가 26일 시작돼 27일 오전까지 이어진 제35회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원안위는 표결 결과 9명의 위원 중 7명이 수명연장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원안위는 제33회, 제34회 회의에서도 이를 논의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이 중단 된 월성 1호기는 오는 2022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기만 하다. 김아무개씨는 27일 원안위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전체를 세월호로 만들셈이군요. 새벽에 날치기 통과라니”라고 썼다. 박아무개씨는 “1호기는 현재 안전 기준도 몇 개 통과 못한 시한폭탄인데 돈 조금 벌자고 국민 목숨을 담보로 확률놀이 합니까”라고 썼다. 엄아무개씨도 “일본을 보고도 괜찮다는 말이 나옵니까. 진심 이 나라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똥으로 보는 나라인가 싶네요”라고 썼다. 

환경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녹색당 등도 잇따라 반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장하나 새정치 의원은 해당 심사결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새정치 의원도 27일 대정부질의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원안위는 오늘 새벽 표결로 처리했다. 안전문제를 표결처리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각계에서 이 같은 거센 반발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미디어오늘이 이들의 입장을 듣고 정리해보았다. 

   
▲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진=노컷뉴스
 

1. 새벽1시, ‘날치기’ 통과

원안위는 약 14시간에 걸친 논의 이후 표결을 통해 찬성 7인으로 수명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표결에 야당 추천 위원 2명은 참가하지 않았다. 김익중 위원(동국대 의대 교수)와 김혜정 위원(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충분한 심의를 보장하지 않은 표결 강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않는다며 표결 전에 퇴장했다. 원안위 위원은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부 여당이 원하는 인사를 위촉할 수 있는 구조다. 

2. 원전 사업자와 일했던 사람이 심사위원?

수명연장에 찬성한 조성경 위원(명지대학교 교수)에 대한 자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위원이 지난 2011년 11월까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자력원자력의 신규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월성1호기 주변 지역주민들은 조 위원이 한수원의 이해당사자라고 주장하며 조 위원을 수명연장 심의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이는 법률 위반이다. 장 의원은 “원안위를 공정하게 구성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이은철 위원장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원안위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률은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단체 등이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으며 이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 퇴직한다”고 규정한다. 

   
▲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녹색당 등으로 꾸려진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해 9월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월성원전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3. “최신기술 적용되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1983년에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전이다. 그간 세계는 수차례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안전 기준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체르노빌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단체 등이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로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기준이인 R-7(격납건물 안전기준)이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규정으로 월성 1호기를 제외한 월성 2·3·4호기에는 모두 적용됐다. 

야당추천 위원인 김익중 위원에 따르면 해당 기준에 따라 월성 2호기에는 설치됐지만 월성 1호기에는 설치되지 않은 설비가 14가지나 된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안전해석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위원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계속운전 심사보고서는 물론 한수원이 작성한 주기적안전성평가 어디에도 R-7 규정을 적용한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4. 주민의견수렴 절차는 무시

지난 달 1월 20일 공포된 ‘원자력안전법’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해당 법 103조는 원전의 수명연장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방사선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원래 주민 의견 수렴은 신규 원전 건설 허가를 신청할 때만 해당 됐는데 개정법에서는 수명연장 때도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원안위는 별도의 주민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 해당 법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서다. 환경단체들과 장하나 새정치 의원, 김제남 정의당 의원 등은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탈핵에너지위원회는 “원안위는 한수원이 주민의견 수렴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등의 이유를 들어 표결을 강행했다”며 “법률을 위반한 원안위 위원장의 탄핵 소추안을 즉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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