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날을 전후해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전단지가 무차별 살포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부산과 대구 지역에 박 대통령과 관련된 전단지가 뿌려지기도 했습니다.

무슨 내용일까요? 종류는 다양합니다. 영남 지방에 뿌려진 전단지는 기모노 입은 박 대통령의 모습이 담겨있고, 25일 신촌에서 뿌려진 전단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판결에 대한 내용입니다. 청와대 앞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단이 살포됐습니다. 26일 강남에 뿌려진 전단에는 박 대통령의 공약파기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이 전단이 어떻게 뿌려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강남에 뿌려진 전단지에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란 이름이 적혀있을 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는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 26일 서울 강남역에 살포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노컷뉴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전단이 살포된 지역의 CCTV를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전단을 살포한 단체와 인물을 밝혀낸 뒤 전단 살포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단지를 뿌리는 것이 무슨 법에 저촉될까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일부 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했는데요. 외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인데, 내부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왜 ‘불법’이 될까요?

같은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실제 부산에서 명예훼손, 경범죄처벌법,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전단을 배포한 사람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일이 벌어지자 “판문점 인근에서 대북전단 수십만장씩 살포하는 극우 탈북자들은 왜 수사하지 않나요?”, “독재국가에서는 비판에 지퍼 채우고 박근혜 전단 살포만 처벌대상이다”와 같은 비판이 나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검토 중’이라는 ‘명예훼손’,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명예를 훼손당했다 느끼는 사람 본인이 처벌을 원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으니, 박 대통령이 직접 처벌을 하라 요구해야 하는 것인데, 수사기관은 자의적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단 내용을 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강남에 뿌려진 전단은 새누리당의 ‘반값등록금’ 공약 현수막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비판하는 문구가 포함돼있습니다. 권력자를 대상으로 사실에 근거해 비판하는 것을 ‘명예훼손’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트위터에서도 “전단지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므로 처벌할 조항이 없는 거 아님?”, “여기가 북한이냐”, “언론도 아닌 전단지를 상대로 명예훼손 다투겠다는 찌질한 발상은 둘째 치고, 내용에 어떤 허위사실이 있나?”, “박근혜가 직접 명예훼손을 고소하면 모를까 검찰이 알아서 기네”, 이런 지적들이 쏟아집니다.

   
▲ 조선일보 2월 27일자. 12면.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선입니다. 조선일보는 27일 전단 살포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朴 대통령 비판 怪전단 도심 무더기 살포 잇따라>, 전단 앞에 기이할 괴(怪)자를 넣었습니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담은 전단인데, 대체 뭐가 기이할까요?

대통령의 발언이 기이하다는 것일까요? 오히려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수사기관이 나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더 기이하지는 않을까요? 권력을 비판하면 법원에 피고인으로 서야 할지 모르는 하수상한 상황, 이 기이한 현실에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이 기이하면서도 와닿습니다. “명예훼손이라,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니. 자비로우신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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