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애플워치가 아니라 애플워치를 흉내내 만든 중국산 짝퉁이다. 가격은 39.99달러. 중국 최대 정보기술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이자 짝퉁의 메카라고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했다. 오는 4월 출시될 애플워치는 사양에 따라 349달러부터 시작된다. 18K골드 재질 모델은 최대 1200달러까지 나갈 거라는 보도도 있었다. 짝퉁 애플워치는 얼추 10분의 1 이하 가격인 셈인데 언뜻 애플워치라고 믿을 정도로 첫 인상은 꽤나 그럴 듯했다. 제품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기로 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짝퉁 애플워치는 애플 아이폰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도 지원한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데 애플에서는 별도의 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안드로이드폰에 더 어울린다. 베젤이 지나치게 넓고 액정화면의 해상도도 낮다.

이 짝퉁 애플워치를 1주일 써보고 난 뒤 애플워치에 대한 미련을 상당부분 접게 됐다. 물론 실제 애플워치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겠지만 분명한 것 몇 가지는 있다.

   
중국산 짝퉁 애플워치.
 

첫째, 스마트워치는 그냥 시계보다 시간을 확인하는 게 더 불편하다. 그냥 시계는 손목을  들어 들여다보면 되지만 스마트워치는 대기모드로 전환되면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켜야 한다. 화면을 계속 켜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다행히 진퉁 애플와치는 손목을 들어올리면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둘째, 결국 충전이 문제다. 이 짝퉁 애플워치는 완충 상태로 놔두면 사나흘은 간다. 그러나 화면을 자주 들여다 보거나 스피커를 작동시키면 배터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진퉁’ 애플워치 역시 해외 베타 테스트 리뷰어들에 따르면 하루를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판 제품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개선됐을 수도 있지만 날마다 퇴근해서 시계를 충전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귀찮은 일이 없다. 실제로 이 짝퉁 애플워치도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게 된다. 충전 케이블을 두고 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스마트폰 배터리 걱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성가신데 말이지.

셋째,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로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운전 중이라면 모를까 평소에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일이 없다면 역시 쓸모없는 기능이다. 주변이 좀 시끄럽다면 손목을 귀에 갖다 대기도 애매하고 입에 갖다 대기도 애매하다. 좁은 화면에서 전화번호를 입력하거나 목록을 검색하는 것도 성가신 일이다. 그냥 주머니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는 게 훨씬 간단하다.

넷째, 아이폰의 음악을 짝퉁 애플워치로 들을 수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아이폰의 음질과 비교해서 더 나은 것도 아니고 구동하기는 오히려 더 불편하다.

   
중국산 짝퉁 애플워치.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다섯째, 만보계 기능이 있는데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24시간 차고 다닐 게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충전 중에는 풀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운동량 비교도 어렵다. 차라리
1만원이면 살 수 있는 허리에 차는 만보계를 장만하거나 건강 관리가 목적이라면 훨씬 더 작고 배터리가 좀 더 오래가는(최대 1년까지 배터리 교체나 충전이 필요 없는 제품도 있다) 피트니스 밴드를 고려하는 게 낫다. 애플워치는 심장 박동을 인식한다거나 훨씬 더 많은 헬스케어 기능이 추가되겠지만 시계와의 조합은 그리 효율적인 것 같지 않다.

여섯째,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카메라를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데 셀카를 찍을 때 유용할 수도 있겠다.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워치, 애플이 하면 뭔가 다르다는 기대에 못 미치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사진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일곱째,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스마트폰의 팝업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보는 게 편하다.

여덟째, 그나마 유용했던 건 식당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을 때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면서 진동으로 경고를 보내는 기능이다.

아홉째, 애플이 강조하는 용두 버튼은 짝퉁에서는 홈 버튼 정도 역할에 그쳤는데 손목에 찬 채로 용두를 작동하는 건 매우 불편했다. 애플 발표에서는 용두 버튼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할 수 있었는데 어차피 좁은 화면에서 그런 기능이 필요할지는 의문이다.

   
이것이 '진퉁' 애플워치. 18K 재질의 제품은 1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홈페이지.
 

열째, 디자인은 물론 진짜 애플워치가 훨씬 낫겠지만 어딘가 장난감 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패션의 완성은 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애플워치가 기존의 시계 자리를 빼앗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잡한 중국산 짝퉁과 애플이 오는 5월 내놓을 진퉁 애플워치는 어떻게 다를까. 하드웨어 사양이나 디자인 완성도에서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겠지만 딱히 여기에 더 추가할 혁신적인 기능이랄 게 없다. 그리고  여전히 스마트워치는 진짜 시계보다 불편하고 예쁘지도 않다. 애플워치의 경쟁상대는 아이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애플의 야심작 애플워치가 과연 이 중국산 짝퉁의 10배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