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1일자 일간지들을 펼쳐 들었다면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신문을 다시 내려놓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날 신문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모두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문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번 건강보험료 개정에서 드러난 정책 혼선과 컨트롤타워 부재, 둘째, 국민에게 허탈감을 안겨주는 전·현직 대통령의 꼴사나운 갈등양상 셋째,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사임이 보여준 인사 난맥이다. 동아일보는 이를 두고 ‘3각 파도에 흔들린다’고 표현했다. 

다음은 31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왜 혼자 사냐건…“웃프지요”>
국민일보 <버거운 삶의 끝>
동아일보 <3각 파도에 흔들리는 집권 3년차>
서울신문 <‘춤추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
세계일보 <순백의 고니 눈부신 날갯짓>(사진기사)
조선일보 <세월號 이후 ‘政피아’ 116명 늘었다>
중앙일보 <이명박 회고록 전·현직 정권 충돌>
한겨레 <내가 장그래다>
한국일보 <民心과 淸心 사이…비서실장의 조건>

지지율 29%, 몰려오는 ‘3각파도’

한국갤럽이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취임 이후 최저인 29%를 기록했다. 동아일보는 머리기사 <3각 파도에 흔들리는 집권 3년차>를 비롯해 2, 3면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면초가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31일자 머리기사
 

우선 건보료 개정을 추진하던 정부가 반발을 우려해 하루 만에 뒤엎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45만명 안팎의 고소득층한테 건보료를 더 거둬 600여만명의 저소득층 보험료를 낮추려고 했다. 일부 고소득층은 피부양자 제도를 악용해 무임승차해왔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건보료 무임승차자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2054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0%가량이다. 

하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소득층의 반발이 우려된다면 부과체계 개편을 백지화했다고 발표했다. 다시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고소득층에 대한 건보료 인상은 손대지 않은 채 저소득층의 건보료를 인하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장관은 청와대만 보고 부총리는 마이웨이

서울신문은 머리기사 <‘춤추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에서 “그야말로 여론에 따라 하루 걸러 ‘건보 100년 정책’이 춤추는 모습”이라며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실종의 원인으로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과 시스템 붕괴를 꼽는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국정 분야별로 컨트롤 타워를 둠으로써 정책 전반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부총리제를 부활시켰지만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로 ‘따로국밥’이 됐다는 것”이라며 “장관들은 청와대만 바라보고 부총리들은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고 전했다. 

   
▲ 서울신문 31일자 머리기사
 

청와대가 이번 건보료 사태에 대해 당과 보건복지부에 책임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 <“건보료 논의 중단이 문형표 장관 판단?…소가 웃을 일”>에서 복지부 안팎에서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온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문 장관에서 논의 중단 메시지를 보내놓고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 <청, ‘건보료 책임’ 이번엔 새누리에 떠넘기기>에서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런 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연일 오락가락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의원들은 부글부글 속을 끓였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여론이 악화되자 “당정회의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해 처리할 문제”라고 진화에 나섰다. 

   
▲ 한겨레 31일자 5면 기사
 

김희범 차관 사임 뒤엔 누가?

김희범 문체부 1차관의 갑작스런 사임도 현 정부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진단하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2면 기사 <김희범 “사표 낸 다음날 후임 발표할 줄 알았다”>에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사퇴 파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또 한 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22일 사표 내고, 23일 청와대 인적 개편안이 나왔는데 이때 내 후임 차관이 발표되는 등 부처 개각도 같이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김 차관의 해명대로라면 청와대가 곧 있을 개각 때 다른 차관을 임명했으면 그만인 사안이었다”라며 “하지만 누군가 김 차관에게 미리 ‘인사’ 얘기를 전했고, 김 차관이 사표를 내면서 문제가 커진 셈이다”고 전했다. 

김 차관의 사임이 ‘윗선’의 지시라는 보도도 있다. 한겨레는 6면 기사 <대통령업무보고 직후 돌연 사표, 왜?>에서 김 차관은 업무를 지난 6개월 동안 무난하게 수행해왔는데 기류가 바뀐 건 대통령 신년업무보고가 있었던 22일이라고 한다. 

한겨레는 “오전에 보고에 참석했던 1차관은 일부 언론인과 잡혔던 저녁 약속을 오후에 급하게 취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체부 한 간부는 한겨레 기자에게 “차관을 맡은 정통 관료가 특별한 신상 문제나 비리가 없는데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장관이나 고위층으로부터 사임 언질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레임덕 문턱 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으로 전·현직 대통령이 충돌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한국일보는 5면 기사 <朴 대통령 지지율 20%대 허우적…“레임덕 문턱 넘어섰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3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레임덕 문턱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31일자 5면 기사
 

갤럽 조사뿐만 아니라 리서치뷰에서 공개한 30일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6%로 더 낮았다. 취임 후 꾸준히 유지해 왔던 40%의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율이 붕괴됐다.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은 민심을 회복할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지지율 급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면서 “물론 새누리당이 여전히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등 여권 지지기반 자체가 붕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등 기회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국민 지지도 걱정스러운 수준”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은 <나라 걱정하는 사람 많다>에서 “나라의 중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터져 나온다. 하루 이틀 만에 심지어는 반나절도 버티지 못하고 뒤집히는 정책을 일일이 꼽으려면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다”고 지적했다. 

강 고문은 “대통령은 한 달 있으면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국민 지지도는 걱정스러운 수준이다”면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여기에 이른 것은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 특히 사람을 쓰고 내보내는 용인의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그것이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그릇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강 고문은 이어 “지도자가 본래 지닌 약점에 걸려 무너지는 일은 드물다”면서 “정말 위험한 건 여태까지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이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대통령은 그 근처 가까이 와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31일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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