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서병수 부산시장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다이빙벨’ 상영을 고수해 부산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26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산시 고위관계자와 만나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국장이 지난 23일 나를 나오라 해서 오후 4시반 부산역 앞 아리랑호텔 톰앤톰스 커피숍에서 만났다”며 “정 부시장 등은 ‘감사결과가 안좋다, 쇄신이 필요하다, 쇄신을 하려면 새로운 사람이 와서 해야 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래서 내가 반대로 ‘나보고 물러나라는 얘기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게 (서병수) 시장의 의견이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며 “정 부시장과 김 국장에 한 명씩 따로 따로 이런 뜻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물러나라는 요구를 한 것이며, 이것이 두 사람이 내게 분명히 밝힌 시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그만두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영화제 운영위원장(서병수 부산시장)이 집행위원장에 나가라고 할 근거가 없고, 절차상 문제도 있다”며 “부산시나 정관상 어떻게 되는  것인지, 법리적 해석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엔 나보고 물러나라며 감사결과를 이유로 제시하면서도 감사결과는 주지 않다가 이튿날(24일) 저녁 때야 감사결과를 전달했다”며 “현재 감사자료를 보고 변호사들과 함께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두라는 요구에 대해 나는 ‘시간을 줄 수 있느냐,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민의 영화인자산이므로 여러 의견 들어 답변하겠다’고 한 상태이며 지금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자료를 보고, 여러 의견을 더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가 지난 24일 내놓은 ‘부산국제영화제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입장’이라는 설명자료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시는 이 자료에서 “이용관 위원장 거취문제 비롯해 인적쇄신 등 조직혁신 방안과 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열 비전을 제시할 것을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초 5일 동안 영화제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여 (몇가지)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그 문제점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조직 내 폐쇄성이 높아졌으며 △사전결재없이 예산을 집행해 재정운영이 방만하고 △작품선정시 정관 규정상 프로그래머가 작품섭외후 집행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해 상임집행위를 개최하지 않는 등 투명하지 못한 선정 과정 등을 지목했다고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은 “공개채용의 경우 최근 2년 동안은 계속 공개채용해왔으며, 그 전에는 부산시와 얘기해 관례적으로 단기직을 했던 사람 중에 계약해 2년간 테스트한 뒤 자연스럽게 채용해왔던 것”이라며 “특히 채용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할 때 그 자리에 부산시의 담당과장이 늘 들어오는데, 그 때 문제가 있거나 ‘이건 아니다’라 생각하면 아니라고 얘기하면 된다. 더구나 1년에 한 번 씩 감사를 하면서 왜 이제와서 그 얘기를 하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사진=부산광역시청
 

또한 이 위원장은 작품선정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불투명한 적이 없없다”며 “이런 주장은 영화제가 뭔지 모르는 공무원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문제라면, 지난 19년 동안 우리가 불투명하게 했다는 것이냐”며 “19년 만에 지적하니 당혹스럽다. 불투명한 점을 알면서 왜 19년 동안 가만히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방만한 예산 운영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예산 문제야 말로 매년 감사하면서 왜 그때 그때 지적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그러느냐”며 “19년 동안 아무 얘기없다가 이제와서 방만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에게 감사결과를 통보도 하지 않은채 (외부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얘기하면 우리는 답답한 노릇”이라며 “영화제를 이렇게 흠집을 내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지적사항을 다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사유가 되느냐”며 “변호사 자문을 구해보니 그 정도로는 사퇴를 요구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반박했다.

부산시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감사결과를 보며 자체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를 마치면 왜 내게 물러나라고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제에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괘씸죄가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 이 위원장은 “나는 모르겠다.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며 “내게 주어진 것 갖고 얘기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부산시의 조치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고, 당혹스럽다”며 “이런 요구를 할지 사전에 예상을 전혀 못했다. 임기가 아직 남은 상태에서 뜻밖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과 만났던 김광회 부산시 문화산업국장은 27일 수차례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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