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3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총리를 내정하고 정책조정기획실을 신설하는 인적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박 대통령이 유임을 결정한 바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까지 국회 청문회에 서보지 못하고 낙마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인사를 찾지 못했고 고육책으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지만 시한부 총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동을 거치면서 인적쇄신 요구가 많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3인방에 대한 신뢰를 표명해 인적쇄신을 정면 거부한 모습을 연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도 '소폭 개각'을 언급해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고 청와대 업무 개편을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총리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홍원 총리가 여러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최근 신년 업무보고 때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 국무총리에 이완구 원내대표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내정 배경으로 당청과 국회 소통이 중요한 점을 강조하면서 공직사회 기강 확립과 대국민 소통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 수첩 파동에서 드러났듯 당청 관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주요 인사를 발탁해 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청와대는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개편하면서 현정택 KDI 원장을 정책조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수석실과 별도로 신설돼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특보단과 관련해서는 민정특보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 신성호 전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을 임명했다. 특보단에 언론인 출신 인사 2명을 전진 배치한 것도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늘 발표된 청와대 인적쇄신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 연합뉴스
 

사퇴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내부 승진 형식으로 임명됐고 미래전략수석은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또한 청와대는 원래 영부인의 업무를 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업무 논란을 빚었던 제2부속실은 폐지하기로 했다. 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이 제2부속실에 배속돼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제2부속실은 민원 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청와대 3인방 중 한명인 안봉근 비서관이 2부속실장에 있어 2부속실의 역할론에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폐지를 단행한 것이다. 또한 또다른 청와대 3인방 중 한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인사위원회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청와대 3인방 인적쇄신 요구에 2명의 비서관의 업무를 조정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총리 교체보다 오히려 교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던 김기춘 비서실장도 유임됐다. 이날 청와대 발표 직전까지도 관계자들이 김 비서실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청와대는 김 비서실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해양수산부장관 등 개각을 추후 발표하기로 했지만 청와대 인적개편은 이날 발표를 끝으로 추후 예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와 계속 임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 박근혜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 모습
 

이날 청와대 인적쇄신안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적쇄신안 발표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마지못해 한다는 인상이 강하고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수 언론에서도 '인적 쇄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강한 주문을 해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취임 이후 긍정평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지율이 역전되면서 당청관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또한 연말정산 사태로 치명타를 입으면서 인적쇄신을 발빠르게 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전격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소폭 인사를 예고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론은 청와대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와 반대로 박 대통령이 감싸고 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적쇄신안이 앞당겨지고 총리까지 교체하는 선에서 개각이 단행됐지만 말그대로 '인적 쇄신'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특보단 구성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우려가 많다. 특보단은 대선이나 총선 등 특별한 시기 임시직으로 도입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통령의 직속위원회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형태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특보단을 구성하면서 기존의 수석실과 업무가 겹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명 '듀얼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사회문화수석과 사회문화특보의 업무 분장이 뚜렷치 나눠지지 않아 권한 문제를 놓고 갈등이 높아져 청와대 내부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에게도 이 같은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날 청와대 발표에는 인사명단만 발표했을 뿐 취지에 대한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국민들 눈에는 불필요한 자리 만들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청와대 인적쇄신의 핵심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의 거취 문제였는데 이에 대한 언급조차도 없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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