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류의 공습에 맞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중국이 해외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사전 심의를 본격 시행하면서 한국 드라마의 판권 판매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방송 업계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타겟으로 한 중국 정부의 진입 규제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은 지난해 중국의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벌써부터 중국 특수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해외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사전 심의를 1월1일부터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 방송 6개월 전에 사전 심의를 하되 해외 수입 콘텐츠가 전체 콘텐츠 총량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방송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 외국 자본의 출자와 합작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편성 규제도 매우 엄격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실 윤재식 연구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온라인 동영상까지 사전 심의를 하기로 한 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소비를 억제하고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사전 심의가 도입되면서 한국에서 방송 종료 이후 최소 6개월 이상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흥행 기회를 놓쳐 판권 가격이 떨어지고 그동안 불법복제가 늘어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한 장면.
 

윤 연구원은 “인기 있는 미국 드라마가 미국에서 방영과 며칠 사이로 한국 웹하드 사이트에 자막이 붙어 불법 유통되는 걸 생각하면 된다”면서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는 거의 동시에 중국 시장에 풀리는데 합법적인 유통 경로가 막히면 불법 복제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별 그대’ 열풍 이후 최대 5배 이상 뛰어올랐던 한국 드라마 온라인 판권 가격이 ‘별 그대’ 이전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SBS미디어홀딩스 김혁 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드라마 판권을 서로 사가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6개월 뒤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면서 ”회당 2억~3억 원에 팔렸을 드라마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가 대부분이라 아직까지는 불법 유통이 많지 않은데 사전심의가 도입되면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중국에 방영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불법 서비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으나 이를 중국 정부가 단속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 "양성화가 아닌 음성화 카드를 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2013년 기준으로 128억 위안(2조21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9%나 성장했다. 콘텐츠진흥원은 2017년까지 366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성인 도시 거주자의 95%가 월 1회 이상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2%는 무료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중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수익의 75%를 광고에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장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PD와 배우들이 중국 드라마 제작사로 옮겨가면서 콘텐츠 제작 능력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윤 연구원은 “드라마 제작 인력의 상당수가 중국 인력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콘텐츠 기획력은 대체 불가능한 부분이 있고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 미국 드라마는 중국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의 통과하지 못하지만 한국은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국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대부분 중국 정부의 심의도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도 많아서 중국 정부가 진입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살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건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드라마는 제작 분량은 많으나 상당수 드라마가 방송에 편성되지 않고 사장되고 있으며 실제로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비중은 35%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프리미엄 콘텐츠의 판권 가치는 계속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들 역량이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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