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이 뜨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다른 대선주자를 압도적으로 제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대망론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신문은 지난 1일 기사 <2017년 대선, 반기문 지지층이 가른다>에서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의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8.7%가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선호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9.8%)과 박원순 서울시장(7.4%)을 각각 28.9% 포인트, 31.3% 포인트 등 큰 차이로 앞선 수치다.

2014년 말부터 반기문 대망론을 입증하는 여론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대선후보군 중 39.7%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도 비슷했다. 반 총장이 34.3%로 문재인 의원(10.6%), 박원순 시장(10.6%), 김무성 대표(8.1%)를 크게 앞질렀다.

   
▲ 지난해 11월 3일자 MBN 뉴스 갈무리
 

이처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이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은 2014년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내 친박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등장했고, 야당 후보 출마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반 총장 관련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정 정당에 속해 있지 않은 반 총장 지지율이 30-40%로 유력 대선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다보니 반기문 대망론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SBS의 여론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SBS와 TNS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17.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위이긴 했지만 2위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4.4%)과 격차가 3.1%에 불과했다. 5일 JTBC <뉴스룸>이 공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반기문 총장이 15.3%로 1위를 차지했으나 문재인 의원(12.7%)과의 격차는 2.6%에 그쳤다.

   
▲ 1월 1일자 SBS 뉴스8 갈무리
 

반기문 총장에 대한 지지는 높지만 여론조사에 따라 차이가 너무 크다. 왜일까. 여론조사 문항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반기문 총장의 지지도가 높게 나온 조사의 경우 반기문 총장을 제외한 후보들의 지지도를 먼저 물은 뒤, 그 다음 반기문 총장을 포함시켜 다시 지지 후보가 누구인지 물었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는 반기문 총장이 포함되지 않은 8명의 선택지를 제공한 뒤 ‘차기 대통령 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누구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렇다면 반기문 총장을 포함시켰을 경우 9명의 후보 중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서 응답자의 38.7%가 반 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한길리서치 조사 역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진 이후 다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나올 경우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39.7%가 반 총장을 지지했다.

반면 반 총장의 지지율이 비교적 낮게 나온 SBS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포함된 대선 후보 들에 대해 언급한 뒤 ‘다음 불러드리는 인물 중 차기 대통령 감으로 가장 낫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질문을 했다. 이어 반기문 총장을 제외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리얼미터 역시 반 총장이 포함된 대선 후보 9명의 선택지를 제공하며 ‘다음의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 중 누구를 지지하나’라고 물었다.

   
▲ 1월 5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정리하자면, 반 총장을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포함시키면 지지율이 낮게 나오지만, 반 총장을 제외한 대선 주자들 지지도를 물은 뒤 2차적으로 반 총장이 포함된 대선후보 지지율을 조사하면 반 총장 지지율이 확 올라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JTBC는 지난해 11월 반기문 총장이 34.3%의 지지를 받은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질문 문항이 ‘거론된 후보들 외에 반 총장을 포함시킨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여서 반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MIN)의 윤희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추가질문을 통해 특정인을 별도로 언급해 질문하는 방식은 해당 후보에 대한 주목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일종의 추가정보를 주는 효과가 있기에 실제보다 해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출마 의지나 의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그런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겠지만 조사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질문과정에서 반기문 총장만 한 번 더 불러준 셈인데 만약 선거 시즌이라면 선관위 차원에서 제재를 했을 것”이라며 “중앙일보 여론조사처럼 이런 문항으로 인해 반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기문 대망론이 가지는 정치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반기문 총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면 다른 차기 대권주자들의 부상을 제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현 정권 입장에서는 유력주자가 국내에 있지 않아 대통령을 흔들지도 않고, 대립각을 세우는 다른 주자들의 부상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며 “의도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정권 입장에서) 국내정치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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