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일모직이 지난 18일 상장하면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을 올려 삼성전자 등과 지분을 교환하려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의 보유 부동산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다고 보고 제일모직의 추가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제일모직이 관리하고 있는 용인지역 부동산은 모두 1327만평방미터인데 이 가운데 581만평방미터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유다. 제일모직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이 회장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에버랜드 대표 주소인 전대리 310번지와 공시지가 표준인 가실리 148번지의 평당 토지 가격은 28만500원인데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3.3평방미터당 100만~25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한국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이 지역 전답과 임야(건폐율 20%)의 실제 거래가격은 3.3평방미터 기준으로 100만~250만원 수준이다. 건폐율 50%인 주택 지역은 3.3평방미터에 300만~500만원, 건폐율 70%인 도로 부근 상업 지역은 700만~1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제일모직 보유 부동산은 1999년 자산 재평가 이후 장부가가 9000억원 수준으로 잡혀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나갈 거라는 이야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일대 부동산 현황. KLIS·유진투자증권 자료.
 

윤태호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지역 가운데 일부는 경사가 높아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장부는 주변 시세에 비교해 너무 낮다”면서 “에버랜드 인근 단지의 주변시설이 더 들어서고 도로와 경전철 공사까지 완공되면 잠재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일모직은 2025년까지 이 지역에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를 중심으로 호텔과 콘도, 골프장 등이 포함된 레저·휴양 복합 테마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윤 연구원은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50%, 개발 가용지가 27%, 기존 시설지가 23%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이 어려운 경사지에 장부가를 그대로 적용하고 개발 가용지에 인근 임야 가격을 적용하면 1327만평방미터의 토지 가격은 최소 1조4029억원에서 4조206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의 사유지만 단순 환산하면 6142억원에서 1조8414억원 규모에 이른다.

   
용인단지 부동산 가치 추정. ⓒ한국투자증권 자료.
 

메리츠증권은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가 최소 1조2400억원, 용도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주변 전답 시세를 적용하면 2조2400억원 수준인데 용도 변경을 가정하면 최대 4조80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용인 단지 주변으로 제2 경부고속도로와 제2 외곽순환도로를 비롯해 에버랜드를 관통하는 이천-오산고속도로 등 굵직한 고속도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 용인 단지의 잠재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인단지 구역별 공시지가 범위 ⓒ한국토지정보시스템·한국투자증권 자료.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용인시 개발계획에 포함된 토지만 한정해도 498만 평방미터가 재평가 대상인데 제일모직이 50.7%, 이 회장이 42.4%, 국가가 4.0%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주변 시세를 보면 임야의 경우 3.3평방미터당 5만~30만원 수준이고 주택과 상가, 숙박시설의 경우 3.3평방미터당 500만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조257억원 이상 가치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용인 지역 부동산의 개발 가치는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 개발이 가능한 시설 부지는 165만 평방미터 정도로 과천 서울랜드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7600억원 정도고 용인 경전철 보상 비용을 기준으로 삼으면 1조23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러 전망을 종합하면 제일모직은 향후 에버랜드 인근 지역 개발에 맞물려 인근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면 자산 재평가를 하고 자산가치를 끌어올린 뒤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로 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보유 부동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은 뒤 제일모직에 현물 출자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상속세도 부동산으로 현물납부한 뒤 제일모직이 사들이는 방안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대주주의 경영권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으로 경영권 이전을 확립하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제일모직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향후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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