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올라서 바꿨다… 3G 무제한으로 가는 머나먼 여정
약올라서 바꿨다… 3G 무제한으로 가는 머나먼 여정
[기자수첩] 쥐꼬리 보조금에 약정으로 바가지, 통신사들이 말하지 않는 요금제의 비밀

3G 무제한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언젠가 데이터 사용량이 초과돼 거금 3만원을 추가로 물고 나서였다. 랩톱 컴퓨터에 테더링으로 연결해 인터넷을 쓸 때가 많기 때문에 늘 데이터가 부족한데 무료 통화나 문자 메시지는 남아 돌았다. 그래서 자리에 앉으면 와이파이를 찾는 게 일이고 이번 달 데이터가 얼마나 남았는지 늘 신경을 써야 했다. 3만원이 딱히 큰 돈이라서가 아니라 약이 올랐다.

아이폰4에서 아이폰5로 넘어오면서 LTE 요금제를 쓰게 된 게 2년 전 일이다. 속도가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통신 3사 모두 담합이라도 한 듯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버려서 통신 요금을 최소 2만원 이상 더 물게 됐다. 3G 시절에는 월 5만5000원만 내면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었는데 LTE에서는 6만7000원을 내고도 5GB로 제한됐다. 그나마 기본 제공 데이터를 초과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완전무한이니 안심무한이니 온갖 말장난이 난무했지만 결국 데이터를 더 쓰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말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 뿐이었다. 결국 마음 편히 데이터를 쓰려면 8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 와중에 선심이라도 쓰듯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요금제도 생겼다. 누가 음성통화 늘려달랬나. 음성통화는 지금도 남아도니까 생색을 낼 거면 데이터를 늘려주든가, 아니면 요금을 낮춰달라고!

3G 무제한 요금제로 돌아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마침 2년 약정이 끝난 참이라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3G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고 싶다고 했더니 “LTE 단말기는 3G 요금제 가입이 안 된다”고 딱 잡아뗐다. 다른 대리점에서는 “LTE와 3G는 유심부터 다른데 요즘은 아예 3G 유심이 안 나온다”면서 “왜 굳이 3G로 바꾸려고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3G 유심을 구하려면 직영 대리점으로 가라는 조언을 들은 게 그나마 성과였다.

세 번째 찾은 대리점에서는 LTE 단말기로 등록이 돼 있으면 아예 3G 요금제로 입력이 안 된다며 어디서 3G 단말기를 구해 오라고 했다. 종합하면 LTE 단말기로 3G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일단 3G 단말기로 기기 변경을 해서 요금제를 변경한 다음 다시 유심을 빼서 LTE 단말기에 끼우면 된다. 3G 유심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유심의 크기가 문제였다. 3G 단말기는 일반 유심이거나 마이크로 유심인 반면 LTE 단말기는 나노 유심이 들어간다.

   
▲ LTE 단말기로 3G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안 쓰는 3G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굳이 대리점을 찾을 필요는 없고 유심이 호환되거나 유심을 잘라 쓸 수만 있으면 된다. 실제로 대리점 점원들도 잘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서랍속에 처박혀 있던 3G 단말기를 꺼내서 좀 더 큰 대리점을 찾아 거두절미하고 기기 변경을 해달라고 했다. 이 대리점에는 다행히 3G 유심이 있었고 무사히 구닥다리 3G 단말기로 개통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럼 이제 드디어 3G 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되는 건가! 그런데 막상 요금제를 변경하려고 보니 며칠 전 가입했던 부가 서비스 때문에 변경이 안 된다고 했다. 이게 또 뭔 소리람.

지난달은 외부 취재가 많아 유난히 데이터 사용량이 많았다. 요금제를 월 초에 한 번 바꾼 터라 요금제를 또 바꿀 수도 없고(요금제 변경은 한 달에 한 번밖에 안 된다) 요금 폭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입한 게 데이터 플러스라는 부가 서비스였다. 멤버십 포인트 1만3000점으로 1GB를 추가로 받는 서비스였는데 그게 LTE 전용 서비스라 가입 기간 1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요금제 변경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 서비스는 중도 해지도 안 됐다.

   
▲ 왼쪽부터 일반 유심과 마이크로 유심, 나노 유심. 일반 유심이 과거 3G 단말기에 많이 사용됐는데 최근에는 마이크로 유심을 거쳐 나노 유심이 일반화하는 추세다.
 

유심 바꿔 끼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픈 마켓을 뒤지면 유심 커터라는 걸 판다. 스테플러 모양으로 생겨서 유심을 넣고 찍어 누르면 크기에 맞게 잘린다. 마이크로 유심 커터와 나노 유심 커터가 다르기 때문에 잘 골라서 사야 한다. 가격은 1500원인데 배송료가 2500원, 한 번 쓰고 버릴 건데 어쩐지 아까워서 다시 대리점을 찾았다. 처음 찾은 대리점에서는 커팅 한 번 해주는 데 무려 2000원을 달라고 했다. 다음 대리점에서는 선선히 공짜로 잘라 줬다.

   
▲ 일반 유심을 직접 잘라서 쓸 수도 있지만 인식이 잘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심 커터를 이용하는 게 좋다.
 
   
▲ 유심 커터. 나노 유심을 다시 3G 단말기에 집어넣으려면 유심 어댑터가 필요하다. 어댑터가 없다면 자르고 남은 조각을 보관해 두는 것도 방법.
 

유심은 잘랐지만 그렇게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3G 요금제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인터넷 고객센터에서 요금제 변경 신청을 했더니 역시 LTE 단말기라 안 된다는 경고가 떴다. 그래서 다시 3G 단말기를 꺼내 유심을 바꿔끼우려고 보니 당연히 유심 크기가 안 맞았다. 결국 한참을 뒤져 유심을 잘라내고 남는 조각을 찾아 끼우고 3G 단말기를 인식시킨 다음에야 겨우겨우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었다.

   
▲ LTE 단말기에서는 3G 요금제 가입이 원천 차단돼 있다.
 

3G 무제한으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불친절한(실제로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대리점 점원들 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애초에 3G 단말기와 유심 어댑터만 구하면 쓰던 유심 그대로 인터넷으로도 간단히 3G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다. 3G 유심을 구입해서 잘라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굳이 새 유심을 살 필요는 없다. 3G 단말기는 유심을 인식시키고 요금제를 변경할 10분 정도만 쓰면 되기 때문에 친구 걸 잠깐 빌려써도 무방하다.

   
3G 무제한(왼쪽)과 LTE 요금제의 차이. 가격은 거의 두 배나 비싼데 무료 통화는 더 적고 일정 용량을 초과하면 속도 제한이 있는 무늬만 무제한이다. (물론 3G 무제한도 일부 헤비유저의 경우 제한을 두고 있다).
 

결국 3G 무제한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통신요금을 월 3만원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KT에서는 3G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순i밸류라는 요금제를 내놓았는데 월 3만6000원으로 데이터 무제한에 무료 통화가 300분, 무료 문자 메시지가 300건이나 된다. 비슷한 조건으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순완전무한 요금제가 최소 월 6만1000원부터 시작한다. 그나마 최근 요금제가 나아졌다는 게 이 정도다.

   
LTE 이용자들이 얼마나 호갱님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요금제를 올리면 어차피 남아도는 무료 통화를 듬뿍 주고 정작 데이터 용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LTE 무제한 요금제가 나온 건 그나마 최근 일이다.
 

요금제를 변경하면서 아이폰6를 굳이 언락폰으로 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락폰으로 구입하면 목돈이 들고 단말기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지만 2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고 턱없이 비싼 LTE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아이폰6 64GB를 월 6만1000원으로 가입하면 출고가 92만4000원에 지원금이 13만8000원, 월 9만9000원으로 가입해도 지원금이 22만5000원 밖에 안 된다.

아이폰6 64GB를 언락폰으로 구입하면 98만원이고 월 3만6000원 3G 요금제에 가입하면 2년 동안 단말기 비용과 통신요금을 더해 193만40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할부로 구입하고 데이터 무제한을 지원하는 최저 요금제인 순완전무한에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239만64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일시불 부담이 있긴 하지만 2년 동안 지출 비용을 50만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흔히 착각하는 것과 달리 3G와 LTE의 체감 속도 차이는 크지 않다. 통신 속도도 중요하지만 체감 속도는 단말기의 프로세서 성능에 더 크게 좌우된다. 3G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건 애초에 그 시절 단말기가 지금보다 느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최신 단말기라면 일상적인 웹 서핑이나 메신저, 페이스북 등은 딱히 느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다. 3G 사용자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상대적으로 대역폭 활용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심은 통신 3사의 담합으로 데이터 요금이 황당무계하게 높게 잡혀 있다는 데 있다. 절대다수의 호갱님들이 몇 푼 안 되는 단말기 지원금 때문에 약정으로 묶여 턱없이 높은 요금제를 감수하면서 통신사들 배를 불려주고 있다. 단말기를 교체할 거라면 언락폰을 사는 게 좋고 언락폰이 아니라도 24개월 약정이 끝난 LTE 단말기를 쓰고 있다면 지금 당장 3G 요금제로 갈아타는 게 그동안 통신사들에게 속았던 데 대한 최소한의 복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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