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성탄절 아침에 돌아보는 2014년 그들의 죽음
성탄절 아침에 돌아보는 2014년 그들의 죽음
세월호 참사부터 세모녀 자살까지… 사회적 타살, 아무 것도 달라진 건 없다

2014년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죽음의 고통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생존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이 참사로 숨진 친구가 보고 싶다며 자살을 기도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어느 누구 한명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죽음'이라는 구멍을 통해 사회를 보는 것은 우리 삶의 모순을 직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부터 세모녀 자살 사건까지 대한민국의 '죽음'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유독 많았던 2014년 참사…문제는 대한민국 사회 

2014년 한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온 국민이 울고 또 울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침몰 순간에도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그 때. 언론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고, 정부 당국은 적극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사고가 사건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세월호 출항부터 무리하게 밀어붙인 흔적이 나왔고 평행수 문제, 컨테이너 고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예견돼 사고였다는 진단도 나왔다. 참사 발생 이후 진상규명 특별법 도입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유족들은 두번의 상처를 입었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11일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수색 중단을 결정하면서 세월호 참사 '통계'는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 생존자 172명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하지만 인양 여부조차도 결정하지 못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색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상규명위원들도 세월호 참사를 욕되게 했던 인물로 선정하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세월호 관계자는 "인양과 관련해서 어떠한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은 특히 정부 여당 추천위원들이 책임을 은폐하는 식으로 할 수 있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에 가려졌지만 2014년은 유독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잦았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MT를 왔던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를 거론하며 건축물 불법 설계 또는 시공을 통한 인명 피해 발생시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2의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적극적인 안전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마우리조트 붕괴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던 정현증씨는 "학교 행사는 대부분 이벤트 대행회사와 연결돼 있고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안전을 제치고 유치를 해놓고 보자는 식"이라며 "MT를 떠날 때 학교에 보고를 의무화하는 대책을 떠나서 학교에 안전 대책기구가 설치돼 있어 전문가들이 현장을 답습해 안전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상설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발생한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1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유가족 보상 지원 문제가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 소식을 전한 한 지상파 방송 화면
 

 

재난안전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993년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292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주요 참사로 인한 사망·실종자수는 1478명에 이른다. 매년 참사가 발생하면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비판만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상황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리며 '국가대개조'를 약속했지만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정치적인 수사로 남았다. 

송주명 교수(한신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안전 사고 문제가 아니다"며 "20년 동안 신자유주의 문제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망가뜨렸고 이대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줫다. 거기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국가의 역할과 공동체 개념들이 모두 해체돼버렸고 국가나 자본이 이윤을 얻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다보니 인간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공동체적 삶들이 위협을 받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바껴버린 게 문제"라며 "공동체적 삶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붕괴를 보여준 것이 세월호 참사였고 최소한 사람이 대접받는 삶을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비관 죽음…열 달 만에 세모녀법으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의 이 문장을 죽음에 적용해보자. 사람들은 다 고만고만 살아가지만 죽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그 중에서도 생활고를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가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곤과 죽음을 되돌아보자.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초생활수급자는 134만명을 넘었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인구는 부양의무자가 있어 수급액이 깎인 수급자 108만여명, 재산기준 초과로 수급 탈락자 230만여명을 포함해 4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1층에서 현금 70만원과 ‘주인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는 쪽지가 발견됐다. 박모씨(60)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번개탄을 피워놓고 세상을 떠나며 남겨놓은 메시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분들이 기초수급을 신청했거나 관공서에서 상황을 알았더라면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을 텐데…”라며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 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인원 부족 등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서대신 휠체어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장애인도 있었다. 지난 1월 20일 지체장애(뇌병변) 1급 장애인 김모씨(36)가 한강에 투신했다. 김씨는 팔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없었는데 원효대교 남단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왔다. 김씨의 죽음을 설명해줄 사람이 없어 자살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예측했다.

김씨가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정황은 발견할 수 있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 탓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했다가 탈락했다. 김씨가 정부에서 받은 지원은 활동보조서비스가 전부다. 김씨는 아버지의 유산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집과 생활비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월 송파세모녀가 현금 70만원과 함께 남긴 쪽지.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부동산을 다수 소유한 일가족의 죽음 소식도 충격적이다. 이제 극빈층 뿐 아니라 집을 소유한 하우스 푸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 인천 남구 한 빌라에서 목숨을 끊은 발견된 C씨(51) 등 일가족 세명은 아파트와 빌라 등을 15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유서를 통해 대출 이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생활비관에 대해 밝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한 법은 뒤늦게 만들어졌다. 

지난 2월과 같은 송파 세모녀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의원은 창당 1호 법안으로 소위 ‘세모녀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지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4월 국회에서 법안심사조차 하지 못한 채 10개월이나 끌다 ‘세모녀법’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통과됐다.

‘송파세모녀법’ 중 개정 기초생활보장법은 기초생활보장비를 통합지원이 아닌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으로 나눠 별도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내용, 부양의무자 월 소득인정액 기준을 올리는 내용,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에도 부양의무 소득·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했다. 개정 긴급복지지원법은 긴급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을 확대하고 대상 선정자에 대한 소득·금융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있다. 

사회보장급여법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 정부가 단전·단수 가구 정보나 건강보험료 체납 가구 정보 등을 이용해 위기 가구를 찾도록 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사회보장급여법은 공포 후 6개월, 긴급복지지원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윤일병 사망사건부터 ‘마왕’의 죽음까지

2014년은 한국의 후진적인 병영문화가 만천하에 드러난 해였다. 윤일병 폭행사망사건이 계기였다. 경기 연천 28사단의 윤일병은 지난 4월 선임병 4명으로부터 가혹한 폭행에 시달리다 사망했고 이는 지난 7월 31일 군 인권센터의 폭로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군은 윤일병이 사망했던 4월 그가 음식물을 먹은 상태에서 기도가 폐쇄돼 사망한 사건으로 파악했다가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고, 살인죄를 적용했다. 군이 사망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군은 비난에 휩싸였다.

윤일병 사건으로 군 내 인권문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관심사병 2명이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 8월 11일 관심사병 두 명이 휴가를 나왔다 목을 매달아 숨졌다. 손가방에서는 부대생활이 힘들다는 내용의 종이가 발견됐다. 윤일병이 근무했던 28사단의 병사들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동부전선 22사단 GOP 부대에서 관심병사였던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5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윤일병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 형이다. 지난 10월 30일 군 법원은 윤일병 살인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중형이었으나 살인죄로 기소되었음을 감안하면 형량이 줄어든 것이다. 
군 법원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확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탓이다. 이 병장과 함께 기소된 하모 상병은 징역 30년, 이모 상병과 지모 상병은 징역 25년, 상습폭행 혐의로 기소된 유모 하사와 이모 일병은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다. 군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윤일병 사건은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8월 민관군 합동으로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고 병영혁신과제를 군에 제출했다. 보호 관심병사 제도 폐지. 군 복무자 보상제도(일부 군 가산점제), 군 사법제도 공정성 제고, 인권 옴부즈만 제도, 병사 계급체계 단순화 등의 과제가 담겼다.

윤일병 사건을 폭로했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군 사법개혁, 옴부즈만 제도는 괄목할 만한 변화이기에 높게 평가한다. 국회 특위 활동과 의원들 개개의 법안, 입법청원안 등과 함께 같이 논의되어 병영혁신이 연착륙해야 한다”며 “윤일병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해결을 위해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윤 일병 사건 선고공판이 열린 10월 30일 오후 윤 일병의 어머니가 법원을 떠나며 흐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마왕’ 신해철도 2014년에 쓰러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신해철씨는 지난 10월 27일 오후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10월 22일 심정지 증세로 서울아산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지 6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씨의 사망을 두고 의료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신씨는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 후 가슴과 복부 등의 고통을 호소했고 여러 차례 병원을 오가다 사망했다. 이에 신씨의 아내 윤원희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인의 수술을 맡은 S병원 강모 원장을 고소했다. 국과수 역시 부검 결과 신씨의 사인이 ‘의인성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심낭염, 패혈증’이라며 의료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유족 등은 S병원이 장협착 수술 중 환자와 보호자 동의 없이 고인에게 위 축소 수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유족은 또한 S병원이 천공이 발생한 상황에서 음식물 섭취를 허락하는 등 수술 이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S병원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에 의학소견서를 의뢰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씨의 죽음은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사로 이어졌다. 의료분쟁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의 ‘신해철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인의 팬클럽인 ‘철기군’은 오는 27일 열리는 넥스트 유나이티드 콘서트에서 신해철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규직 인간 대접 원했던 사람들의 죽음
 
“노력하면 다 될 거라 생각했어. 그동안 그래왔듯이. 적어도 피해 안 끼치고 살면서 최선을 다했다. 2년은. 그런데 아주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네. 내가 순진한 걸까. 터무니없는 약속들을 굳게 믿고 끝까지 자리 지키고 있었던 게. (중략) 엄마 내가 먼저 가서 자리잡고 있을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으니까 천천히 와. 아주 천천히.”
 
권아무개(25)씨가 지난 9월 남긴 유서 일부다. 권씨는 2012년 8월부터 지난 8월까지 꼬박 24개월간 중소기업중앙회 기업 최고경영자(CEO) 교육과정을 담당했다. 그것도 2개월, 3개월, 6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을 통해서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전무는 권씨에게 ‘정규직 전환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앞서 6월 권씨는 직장 상사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기업 CEO들의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가 담겼다. 술자리에서 기업대표 A씨는 권씨의 팔과 어깨에 손을 올렸다. 중앙회 연구원B씨는 권씨를 따로 불러내 술을 먹고 길거리에서 권씨를 안아 올렸다. 한 기업대표C씨는 워크샵에서 블루스를 추자고 요구한 다음 권씨가 이를 거부하자 억지로 팔장을 꼈다.
 
권씨의 죽음은 2030대 비정규직 여성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한 몇 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 권력 관계에서 여성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성추행, 그럼에도 정규직 전환이 빌미가 되는 상황 등이 그렇다. 중앙회는 지난 10월 사과문을 내고 “관련 임직원에 대해 인사 조치를 취했고 경찰청과 고용노동부에 조속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가 죽고 나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중앙회는 고용구조개선계획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근로기준계약을 최소 1년으로 정해 쪼개기 계약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특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맡아온 이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앙회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건 이후로 저희도 고용구조 개선 등에 신경을 많이 쓸 예정”이라며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권씨의 죽음 10일 뒤인 10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주차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주차 돼 있던 승용차 안에서 누군가 불을 지른 것. 103동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 이만수(53)씨였다. 그 날 오전 한 입주민은 이씨에게 “병신 같은 놈”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경비노동자에게 막말 등을 일삼았던 74세 여성 입주민이었다. 이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사고 한 달만에 사망했다.

   
▲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에 못이겨 분신했다가 사망에 이른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씨 영정을 든 동료들이 지난 11월 9일 서울 대학로에서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씨의 분신은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 이씨의 아내에 따르면 한 입주민은 경비노동자에게 추석 선물로 입고 있던 옷을 벗어주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를 받아오는 일도 있었으며 문제가 된 입주민은 5층에서 음식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비노동자들은 감정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입주민 ‘민원’에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분신에 대해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의 우울 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정노동이 경비노동자의 자살로 이어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는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근거가 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휴게시간을 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비노동자가 근무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경우에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그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직’에 속해 근로시간 및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제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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