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열도를 뒤흔드는 보이 그룹”, 지난 21일 밤 방송된 SBS 가요대전에서 진행을 맡았던 위너 송민호씨가 한 말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열도’가 아니라 ‘반도’이지요, 열도는 일본처럼 여러 섬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경우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이 발언이 나오고, 처음에는 ‘말실수’를 이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열도’라는 단어가 애초 대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살은 SBS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은 SBS 측이었습니다. SBS 측은 처음에 “불순한 의도 없는 단순 말실수”라며 책임을 송민호씨 측에 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본이 공개되면서 SBS 측은 “현장에서는 대본을 수정할 때 원래 내용보다 간략하게 줄이는데 그 과정이 긴박하게 이뤄진다”며 “아무래도 그 부분에서 실수가 나왔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초기 ‘말실수’라고 했던 것과 ‘대본에 있었던 실수’라고 한 해명은 간극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SBS가 이런 유형의 ‘실수’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SBS의 ‘실수’라는 해명이 대중들에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 지난 9월, 아시안게임 중계 도중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잘못표기한 SBS.
 

SBS는 지난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배구경기 중계 도중 상단 점수판에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이라 표기해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중계 과정에서 박도영 선수를 소개하던 도중 국적을 나타내는 국기를 일본 국기로 넣어 빈축을 산 바 있습니다. 실수도 1~2번인데, 한국과 일본을 혼동한 같은 실수만 3번입니다.

SBS 방송사고는 ‘일본’에만 연계돼있지 않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커뮤니티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만들어낸 합성 사진 등을 수차례 방송에 사용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3월 인기예능 <런닝맨>에서 고려대 로고를 ‘일베산’으로 사용했습니다. 지난 10월 신윤복의 ‘단오풍경’을 소개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합성된 ‘일베산’을 사용했지요.

지난해에는 뉴스에서 후쿠시마산 가자미류 방사능 검출량 도표를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합성된 표를 사용했고, 같은 해 10월 스포츠뉴스에서는 연세대학교의 로고를 역시 ‘일베산’ 로고로 사용했습니다. 그 때마다 사과하며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SBS, 하지만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니, SNS에서는 SBS가 일부로 일베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일본과 대한민국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물론 SBS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SBS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연이은 일베 논란도 모자라서 이제 대한민국이 열도?”, “‘대한민국 열도’라니, 졸았나 아니면 열도의 뜻을 몰랐던 건가”와 같은 비판입니다.

“열도와 반도의 차이도 모르는 사람이 SBS 방송사에 있다니 참 부끄러운 일”, “‘열도’라는 표현을 쓴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인가 일본 사람인가”, “몰랐다. 우리나라가 열도였다니”, “한국사람 맞니?” 등과 같은 비판도 트위터를 통해 나옵니다.

SBS와 ‘일베’의 연관성에 대한 의심도 커집니다. 언론도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과거 SBS의 실수를 다시 꺼내들게 됩니다. 사례가 쌓일수록 기사도 길어지지요, “진심 SBS에 일베있다”, “SBS 그거잖아, 일베방송”, “이러는 게 한 두 번인가”, “SBS는 저런 가요대전 같은거 계획하고 할 시간에 사내 일베나 잡아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이쯤 되면 서울방송보다 사과방송이 더 어울리네요”, “좀 더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짰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차분한 반응도 눈에 띕니다.

물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누구나 의심과 추측을 하게 됩니다. SBS 측이 이미지 쇄신을 하는 방법은 실수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만, 아직까지 실수의 빈도가 높은 듯합니다. 전 국민이 보는 지상파 방송인만큼, 보다 신중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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