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은 강남역 지하에서 바로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 본관 지하는 음식점과 가전제품 매장 등이 들어선 거대한 아케이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10일 오후에는 아케이드에서 외부로 나가는 통로가 모두 폐쇄됐다.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 요원은 밖으로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지하철역으로 가는 통로를 가리켰다.

이날 본관 바깥에서는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의 삼성그룹 3세 승계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삼성의 심장부에서 “3대 세습 반대”와 “이재용 사법처리”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의 집회현장 맞은 편에서는 삼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집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소음 발생으로 인한 행복 추구권 및 업무방해 행위 근절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가 10일 오후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있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재용이 소유한 에버랜드(제일모직)와 삼성SDS 지분은 정당한 재산이 아니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발행하고 인수해 얻은 부당이득”이라면서 “에버랜드의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시점에 원죄를 심판하고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부당하게 취득한 부와 경영권이 환수되지 않는다면 사회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여전히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단체협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은 삼성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재용 체제가 정당하다면 그리고 삼성이 변하고자 한다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무노조 노동탄압이라는 선대의 악습과 부정부패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삼성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새로운 삼성, 국민의 신뢰를 얻는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라는 탈법과 불법의 원죄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폐업된 삼성전자서비스 센터를 즉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삼성이 다음 세대에서도 부정부패와 탈법, 무노조 노동탄압 기업으로 남고자 한다면 삼성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집회 현장 맞은 편에서는 집회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어디서 나왔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김남희 변호사는 “이재용씨가 수백조원의 삼성그룹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20년 전 16억원이 전부”라며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의 재산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쌓아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이제 삼성을 욕하고 규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삼성을 바로 세워서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흔히 경영권 승계라고 말하는데 승계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넘어가는 걸 승계라고 하는 것이지 탈법적이고 법망을 피하면서 경영권을 가져가는 건 세습이라고 한다”면서 “승계도 좋고 세습도 좋지만 부당이득을 챙겼으면 노동자들과 하청업체들에게 사과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편법 불법 경영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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