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의혹 사건이 정국의 뜨거운 핵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29일자 대다수 종합일간신문들이 정씨의 국정개입의혹과 관련 내용을 담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을 폭로한 세계일보를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는 내용을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다수 신문들이 정윤회씨 등의 국정개입의혹에 초점을 맞춘 반면, 조선 동아 등 보수신문은 해당 사건의 성격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보려는 청와대 입장에 코드를 맞추려는 편집태도를 보였다. 청와대는 세계일보 관계자들은 물론,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서울 모 경찰서 A 경정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청와대 문건 특종으로 해당사건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세계일보는 ‘감찰 안했다더니 말 바꾼 청와대’ 란 1면 머리 기사로 청와대측의 오락가락하는 해명과 비논리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애초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으로 표현되는 박대통령의 최측근 비서진들에 대한 감찰 자체를 부인했다가, 문건이 폭로되자 “감찰이 아니라 동향보고서”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오전에는 동향보고서를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가 추가브리핑에서는 구두 보고했다 정정했다는 것이다. 해당 동향보고서와 작성자를 대하는 청와대측의 태도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중에 근거없이 떠도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를 모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면서도 풍설에 대한 진위확인이나 이를 보고한 행정관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한국·조선·동아·한겨레는 세계일보와 마찬가지로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는 것은 물론 2~3개면씩을 할당해 해당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반면 중앙·국민·서울은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지 않아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경향과 한국이 관련 사건에 가장 강한 의미를 부여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집권 2년 …비선 국정농단 꼬리 잡히나」의 제목으로 ‘비선’ ‘국정농단’이란 강한 표현 사용,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2면 해설기사에서 「“월 2차례 ‘십상시’와 만나 청와대 인사국정 논의”」로 제목을 뽑아 세계일보가 폭로한 문건을 상세히 전달했으며 3면에서는 7인회·만만회·문고리권력 등 박근혜 정권 내에 비선그룹으로 회자된 비선라인들에 대한 ‘설’들을 정리해놓았다. 한국일보도 「비선 국정개입 메가톤 충격」으로 머리기사 제목을 뽑아 사건의 후폭풍이 대단히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일보는 3면 해설기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행정관과 직속 상관을 왜 청와대가 퇴출했는지가 풀어야 할 핵심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민간인인 정윤회 씨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승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비서 3인방에 초점을 맞추었다. 5면에선 검찰 다잡기가 끝나면 김기춘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란 정윤회씨의 발언 등 국정개입 문건의 주요내용을 전했다. 6면에서 세 가지 풀어야할 의문점을 제시했다. ①떠도는 소문을 검증도 없이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②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자 그걸로 그만? ③문건 보고 뒤 왜 연이어 청와대를 떠났나? 

반면, 조선과 동아는 비중있게 보도하면서도 보도의 방향을 청와대의 의도대로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추려는 편집태도를 보였다.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사건의 성격을 문건유출로 바꾸려는 프레임 바꾸기 보도라 평가할 수 있다. 부산지역 기관장들의 선거개입사건을 도청사건으로 몰아가 사건의 성격을 바꿔버린 1992년 부산 초원복국 사건을 연상케 한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라면박스 2개 청문건 통째로 샜다」 를 올렸으며 2면에 관련 해설기사를 실었다. 해당기사는 현정권 초부터 2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의 문건을 근무하던 경찰이 반출했으며 이 경찰의 동료들이 복사해 외부로 했다고 전했다. 문건의 내용이 아니라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춘 편집태도다. 노골적인 조선일보와는 차이가 있지만, 동아일보의 1면 기사에서도 유사한 태도가 나타난다. 동아일보는 1면 사이드톱의 제목으로 「정윤회 국정개입 청 문건 유출 파문」으로 뽑았다.  

   
동아일보 사이드 톱 머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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