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이 총수 일가의 ‘회사기회 유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의 지분을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 등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8일 논평을 내고 “삼성테크윈의 매각과 인수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삼성종합화학의 경우 저가 매각으로 볼 여지가 있는 데다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게 될 한화에너지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개인회사라 다른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이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5개 계열사가 32.4%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지분 대부분을 (주)한화에 매각하게 된다. 주당 4만8867원, 매각대금은 총 8400억원이다.

삼성종합화학의 경우 현재 삼성물산과 삼성테크윈,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들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99.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 일부(17.95%)와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지분(22.73%) 및 자사주(2.78%)를 제외한 56.02%가 매각대상이다.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이 각각 29.2%와 26.9%씩 주당 3만3166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1조600억원이다.

문제는 한화케미칼은 (주)한화가 36.8%를 보유한 대주주고 상장기업이지만 한화에너지는 개인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 대표이사 회장,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차남 김동원, 막내 김동선
 

올해 4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할 때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사가치를 주당 4만6234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번 매각 때는 28.3% 할인된 3만3166원으로 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헐값 매각을 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만약 시가보다 낮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한화케미칼이 전량 지분을 인수하거나 다른 계열사들이 인수하는 게 주주들에게 이롭다. 회사기회 유용이란 지적이 나오는 건 총수 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려고 다른 계열사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2012년 여수열병합발전과 군장열병합발전이 합병한 회사로 한화S&C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는 2001년 (주)한화의 전산부문이 분할돼 설립한 시스템 통합 업체로 (주)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각각 66.7%와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5년 (주)한화가 보유지분을 김승연 회장의 장남에게 넘기고 김 회장이 차남과 산남에게 지분을 넘겨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한화를 배임 혐의로 고발해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그룹이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6.02%를 1조6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은 가격적으로도 다소 의문이지만, 인수주체로 한화케미칼 외에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포함된 것은 한화케미칼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S&C와 한화에너지 등과 관련된 일감몰아주기 내지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서도 엄격히 조사하여 제재조치를 취함은 물론 그 결과를 기업결합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한화S&C를 통해 3세 승계구도를 만들고 사업까지 확장(개별시장에서의 독과점 형성 및 국민경제 차원에서의 경제력 집중 심화)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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