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다음달 3~4일 수요예측과 10~11일 공모 청약을 거쳐 18일 주식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공모 주식 수는 2875만주, 이 가운데 신주는 1000만주고 나머지는 계열사들이 내놓는 구주 물량이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25.1%를 보유하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4%씩, 그리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7%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이후에는 이 네 사람의 지분이 45.6%에서 42.0%로 줄어들지만 계열사와 우리사주, 자사주를 더하면 여전히 80.83%로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제일모직 상장에 대해 언론이 말하지 않는 7가지 질문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질문. 제일모직은 왜 상장하나.

제일모직 상장은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인데 이 지분은 삼성생명 보험 계약자들의 위탁 자산이다. 이 말은 곧 이건희 회장이 보험 계약자들의 돈으로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해 왔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금융산업 분리 원칙을 강화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금의 금산결합+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정권 차원의 특혜가 아니라면 지속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잃지 않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경영권 승수가 높아져 좀 더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 상속세와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지주회사 전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유안타증권 자료.

 

 

두 번째 질문. 이재용 남매는 얼마나 벌게 될까.

제일모직의 공모가는 4만5000원에서 5만30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주간사인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7조3827억원에서 최대 9조6133억원까지 나갈 수 있다. 23.2% 지분을 확보하게 될 이재용 부회장은 2조2303억원을 챙기게 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부회장이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들여 31.9% 지분을 확보했을 때 투자한 돈이 48억3000만원 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다. 18년 만에 461.8배로 불어난 셈이다.

지난달 상장한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 지분이 11.3%인데 역시 1996년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사들이는데 들인 돈은 62억2000만원 밖에 안 됐다. 25일 기준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 11.3%의 가치는 3조7423억원. 601.7배 장사가 됐다. 아직 상속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 부회장은 세계 갑부 순위 25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이건희 회장(94위)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28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235)위에 이어 4위다.

세 번째 질문. 제일모직의 지주회사 전환은 가능한가.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되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하고 제일모직이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한다. 현행 법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모두 보유하면서 지주회사로 갈 방법은 없다.

다만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되면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둬서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되더라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처분해야 한다.

네 번째 질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당연히 처분해야 하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처분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이 제한된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취득원가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있는데 개정안에서는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계산하도록 바뀌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의 취득원가는 4조원이 안 되는데 시가로 계산하면 19조원에 이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이 가운데 15조원 가까이를 처분해야 한다. 자산을 처분할 때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10조원 이상이 계약자들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법 역시 통과 여부가 확실치는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이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 유력하게 거론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합병하고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 아래 두는 방안이다. ⓒ유안타증권 자료.

 

 

다섯 번째 질문.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나.

증권가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 뒤 자사주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시나리오. 둘째, 삼성전자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 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시나리오. 셋째, 삼성SDS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하고 역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시나리오.

다음 단계로 제일모직이 역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제일모직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이건희 회장 등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출자하면서 이 회장 등이 사업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수직적 지배구조로 바뀌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질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은 왜 파는 건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들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정유화학 부문 계열사들이 한화그룹에 매각된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삼성 ‘후자’라고 불렸던 비주력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이해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 등 매각 가격은 2조원에 육박한다.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한화그룹이 1000억원을 삼성그룹에 추가 지급하는 옵션도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의 대주주가 삼성전자고 삼성종합화학의 주요 주주가 삼성물산과 삼성테크윈, 삼성SDI, 삼성전자 등이라 이번 매각으로 이 계열사들은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당초 이부진 사장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5.0% 보유하고 있어 이 사장이 화학 부문을 물려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매각으로 일단 계열 분리 보다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곱 번째 질문. 상속세를 다 내고도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한가.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는 최대 6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재용 남매가 보유한 지분은 19.1%, 25일 기준으로 6조3255억원에 이른다. 삼성SDS 지분만 내다 팔아도 상속세를 내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6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주식시장에 내다 팔기 보다는 제일모직 등과 지분 맞교환을 통해 가치를 높이면서 지배구조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오너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당분간 제일모직 키우기에 주력하고 자회사간 합병의 전제 조건이 성립된 이후 지주사간 합병 작업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LG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해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계열분리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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