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5일 ‘표현의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명예훼손 고발 사례 발표회’에서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지난 9월 국무회의 발언 이후 정부 비판적인 언론과 정치인, 학자 등에게 무분별하게 가해지고 있는 고발과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월 26일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시사만평을 올렸다가 한 보수논객으로부터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 명예훼손 의혹에 대한 제3자 고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 기소 이후 박근혜 정부의 흐름은 대통령을 비난하면 제3자가 대신 고발하고 이를 수사기관이 처벌하는 패턴으로 전환하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손 화백은 “현재 시사만화의 영역에서만 보자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우리사회는 사회적 논쟁의 여파가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여론이 일어나는 사회라 볼 수 없다”면서 “시사만화가들이 표현의 수위와 사회적 긴장관계를 유연하고도 매우 적절하게 유지해왔다고도 볼 수 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일상적 검열과 통제’(권력이든 자본이든)의 논리에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길들여져 왔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이 지난 9월 26일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만평. 사진=프레시안 제공

 

 
   

▲ 지난 9월 8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관련 스티브 벨(Steve Bell) 만평. ⓒGuardian

 

 

손 화백은 지난 9월 8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관련 풍자 만평(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는 장면)을 언급하며 “한국의 시사만화가 국민적 의결사항이 있을 때 박 대통령이 누워있고 저런 식의 풍자를 했을 때 청와대 반응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사만화는 풍자나 기본적인 비판을 전제한 매체 성격 때문에 조선·동아 등 주류 언론은 불편하게 여겨왔고 우리 언론이 보수·친자본화 되면서 시사만화도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례발표자로 나온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구명조끼 운운하며 당시 세월호 참사 현장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한 것은 보통 중차대한 사안이 아니다”며 “언론이 문제의 박 대통령 7시간과 관련해 보도하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또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으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관심사이면서 모든 언론의 가장 중요한 보도 대상에 해당한다”며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후 수사당국이 대통령에 대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과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박 대통령과 검찰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표현의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박근혜 정부의 명예훼손 고발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실제로 기소될 거라는 생각보다 불려가 조사받는 과정과 외부의 감시와 통제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위축되고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자체가 문제”라며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무고죄 성립 요건도 까다롭고 검찰이 무고죄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리 만무해, 보수단체의 이 같은 고발 남발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는 근대 일본이 우리나라에 강제 이식해 생겼는데 일본 기자가 그 법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은 역사적 아이러니”라며 “‘범죄에 해당하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진실인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본식 조항을 추가하고 명예훼손죄 징역형 폐지와 친고죄(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 가능한 범죄)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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