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진보당 대표가 25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 최후 변론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 1월 28일 정당 해산 심판 사건 첫 기일에서 맞붙은 두 사람은 18차례 진행된 변론절차를 거쳐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한치의 양보 없는 진술을 펼쳤다. 

황 장관은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혐의를 거칠게 비난하며 통합진보당 해산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이정희 대표는 진보정당은 대중정당임을 강조하며 정당 해산 심판은 정권의 종북몰이 공세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vs 이정희 날선 공방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태극기가 국기가 아니고 애국가가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통합진보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들어서면서 정부쪽 대리인으로 나선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황 장관은 "대리투표를 지적당하자 멱살잡이를 하고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신성한 국회의사당에 최루탄이 등장했다", "백명 넘게 모인 자리에서 전쟁이 나면 폭탄을 터뜨리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 김선동 전 의원의 한미FTA 비준 반대 최루탄 투척, 이석기 의원 내란사건 모임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황 장관은 "오직 한 사람만 당국에 신고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들은 지금도 숨어서 같은 얘기를 주고 받았을 것"이라며 "한 제보자를 제외하고 그날 밤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 결국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수립"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보수 언론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던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에 대해서도 황 장관은 "북한에 원정출산하고 애도한 사람을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황 장관은 "민주주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하고 반성조차 없는 진보당은 헌법이 보호해야할 정당의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며 "이대로 (진보당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미래를 지켜야할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헌재의 선고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단순히 정당을 해산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후손들에게 자유의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억압과 굶주림의 고통을 짊어지게 할 것인지가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오후 2시께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최종공개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대표는 "정부는 현실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당이 낸 법안과 공약, 당이 벌인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그 어느 것도 위헌이라고 하지 못하면서, 왜 당이 정립하지도 않은 혁명론에 의해 북의 조종에 따라 활동하는 위헌정당이라고 근거 없이 단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의 위법한 정당사찰 결과 만들어낸 내란음모조작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하지 않고 해산판결을 압박하는 정부의 행동은,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이정희 대표는 "진보당 해산청구는 진보당에 투표하면서 자신들도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던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권리와 투표의 권리를 완전히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진보당이 북한 대남혁명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진보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령에서 명시하고 있다. 북핵도 폐기되어야 하고 남도 미국의 핵우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진보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핵문제의 조속한 실질적 해결책 모색을 두고 북핵 옹호라고 매도하는 세력들이 오히려 북을 핵개발로 유도하고 해결을 늦춰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분당 사태에 대해서도 "저를 비롯해 진보당을 이끌어왔던 사람들의 실패라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준비보다 열망이 앞섰고 작은 욕심을 넘어 폭넓은 포용으로 나아가지 못한 탓"이라며 "누구보다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것이 어떻게 강제해산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당해산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 분단의 고통과 적대의식마저도 더 이상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북한대남전략 따라 vs 노동자, 농민, 서민 정당

정부와 통합진보당의 대리인도 정당해산 심판 쟁점을 두고 치열한 변론 요지를 펼쳤다.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서 정점식 검사는 지난 1992년 설립된 지하당 민혁당의 잔존세력이 동조세력을 기반으로 해서 “선거 국면도 운동의 합법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검사는 1~2차 분당 사태를 거쳐 경기동부 세력이 당 조직을 장악했고, 지난 5월 12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의 근거가 됐던 ‘마리스타 회합’에 대해서도 경기동부의 혁명적 급진 NL 세력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대리인으로 나선 김선수 변호사는 경기동부연합은 조직적 실체가 없는 인적 네트워크에 불과하고 자의적인 개념을 끌어다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 실현 등 통합진보당의 강령의 위헌성에 두고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점식 검사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투쟁과 전선체를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을 결합하여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려고 한다"며 "통합진보당의 변혁전략과 북한대남혁명전략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약 10년 간 꾸준히 제기되어 공개적인 토론을 거친 끝에 표결을 통해 이뤄졌다. 북한의 공작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검사는 "전체 국민이 아닌 민중이라는 별도 개념을 설정하고, 민중을 소수특권세력과 대립하는 계급적 개념으로 인식한다"며 "통합진보당의 민중과 소수특권세력에 대한 인식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선수 변호사는 민중주권에 대해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일하는 사람들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어느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천명한다고 해서 다른 계층의 주권을 박탈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특권층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특권층의 주권을 박탈하는 것은 명백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검사는 부정선거 사태, 김선동 의원 최루탄 옹호, 2012년 5월 12일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을 들어 진보당이 다수결에 의해 국민자치를 구현하는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김 변호사는 과거 형사처벌 전력을 근거로 국민의 정당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피청구인석에 앉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25일 오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최후공개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선고 전까지 공방 계속될 듯지난해 5월 12일 이석기 의원이 참석했던 모임에 대해서도 "미국이 개입한 북한과의 전쟁이 임박하였다는 인식 아래 폭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기도"(장정식 검사)했다는 주장과 “국정원 협력자 이성윤은 당직자 중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RO일 것이라는 추측성 진술을 했을 뿐이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핵심적인 전제가 무너졌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기각되어야 한다”(김선수 변호사)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최후 변론이 끝나면서 헌재가 언제 선고를 내릴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심리에 참여해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 해산을 선고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직선거를 앞당겨 헌재 선고 결과에 따라 총력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진보당은 당직선거 이전인 12월 중순경 해산 결정 선고가 나올 경우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고 정당 해산 반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치열한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당 해산 사건은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활동 위법성 여부가 핵심인데 진보당 관련 인사들의 과거 법적 처벌 사례와 활동 등을 '종북'으로 모는 공세가 쏟아지고 진보당이 적극 방어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은 이날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정부가 주로 과거 진보당 관련 인사들의 의견과 기고문을 활용해 진보당의 노선을 왜곡하고 위법 행동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여론몰이를 염두에 둔 전략적인 공세로 보고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최후 변론 막판까지도 정부 측은 변호인 측이 제출한 서면 자료에 대해 다시 재반박하는 자료를 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며 "해산 심판 사건은 정당 목적과 활동의 위헌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과거 의견에 불과한 기고문과 개별구성원의 사법 처리로 공세를 펼쳤고 최후 변론 이후에도 이 같은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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