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폭언 등에 시달린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분신까지 시도했으나 해당 아파트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12개 시민단체는 28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해당 노동자는 의식을 회복해 의사표현을 하고 있으나 수술비 등이 막막한 상황이다. 

서울일반노조, 노동인권법재단 공감,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12개 시민단체와 정당 등은 28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를 출범시키고 가해자 입주민의 진심어린 사과와 입주민대표자회의 책임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경비노동자 이아무개(53)씨가 분신을 시도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서다. 

공대위에 따르면 이씨에게 폭언을 한 입주민은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 이씨는 의식을 회복한 뒤 가족과 노동조합에 “사고 당일 가해 입주민이 좁은 경비초소로 비집고 들어와 ‘병신 같은 놈’ 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공대위는 “꼭 칼을 주먹으로 때려야만 폭력이 아니다”라며 “입주민 민원 한마디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에게 수시로 쏟아 부은 모멸감은 힘든 고통이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3일 정오께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입주민대표자회의도 마찬가지다. 공대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긴급 입주민대표자회의가 열렸지만 치료비 모금 결정만 내렸다. 공대위는 “모금 또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입주민대표자회의는 10월 28일 오늘도 공대위의 면담제안에 대해서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어 “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열쇠는 입주민대표자회의가 갖고 있으니 책임 있는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경비노동자 이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조금씩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으나 현재 호흡기를 떼고 가족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반응도 한다고 공대위는 전했다. 수술과 관련해서는 1차 피부이식 수술에서 6000장의 피부를 이식했고 앞으로 7~8번의 수술이 더 남아있다. 

하지만 아직 의료보험 심사가 끝나지 않아 1차 수술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2차 수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에 따르면 1차 수술비는 1800만 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치료비 모금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씨 또한 이날 근로복지공단 강남지청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씨의 부인 유아무개씨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수술비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고 아직 1차 수술비도 다 납부하지 못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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