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또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 7번째다. 윤문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 24일 “동종 타회사와 비교하면 일반 재해율은 높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안아무개(55)씨가 작업 도중 3.5톤 무게의 금속 자재에 깔려 중상을 입었다. 안씨는 즉각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어깨와 가슴뼈 등이 심하게 으스러진 상태였고 25일 오후 숨을 거뒀다. 

안씨는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 협력업체를 옮겨가며 10년 가까이 신호수로 일했다. 신호수는 크레인에 금속자재 등을 연결해주고 지상에서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한다. 사고 당일 안씨는 금속부품을 차량에서 작업장 바닥으로 내릴 때 신호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크레인 줄이 갑자기 끊어져 안씨 위로 떨어졌다. 

   
▲ 산업재해 사진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금속노조 제공
 

지회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 부실 등을 지적했다. 하창민 지회 위원장은 27일 “원래 크레인에 신호를 보내는 건 원청 신호수인 ‘주신호수’ 역할인데 사고 당일 원청의 신호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 지회장은 또 “컨베이어 벨트에 고무보호대가 없던 것도 문제”라며 “고무벨트가 있었다면 갑작스레 줄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 신호수인 주신호수가 없음에도 작업을 한 이유는 작업속도 때문이다. 크레인을 사용해야 하는 협력업체가 많기 때문에 차례가 왔을 때 사용하지 않으면 작업속도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 지회장은 “원청은 협력업체가 시간을 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낙하에 대비한 조치가 없어도 빨리빨리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산재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올해 들어서만 6번의 중대사고로 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산재를 은폐한 건수도 39건에 이른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환경노동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물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로 발각되지 않게 하려고 상상을 초월한 방법이 동원된다”며 “산재로 발각되지 않기 위해 (현대중공업) 이름표를 떼고 병원에 가고,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교통사고로 위장한다”고 비판했다. 주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윤문한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동종 타회사에 비해 일반 재해율은 높지 않다”며 “산재를 은폐한 협력업체는 2번 이상 드러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하창민 지회장은 “드러난 것 외에도 무수히 많은 산재 은폐가 있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